'스트롱맨들의 링'에 오른 文대통령…G20서 '북핵·ICBM' 외교전

입력 2017-07-05 08:00   수정 2017-07-05 17:01

'스트롱맨들의 링'에 오른 文대통령…G20서 '북핵·ICBM' 외교전

주변4强과 양자관계 첫 설정 주목…지역 넘어 獨·EU와 협력 틀 확장

韓美日 만찬회동, 中·日·러와도 회담…北·사드·위안부 이슈

'한반도 평화 구상' 나올지 관심…北도발 속 강경 메시지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이상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박5일간의 방미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지 3일 만에 이번에는 독일행(行) 공군 1호기에 몸을 실었다.

독일 공식 방문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 이어 유럽의 맹주인 독일과 양자외교를 하고 주요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다자 외교무대에 데뷔함으로써 새 정부 외교의 방향과 폭을 가늠해보는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출국 하루전날 불거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 발표로 문 대통령의 발걸음이 무거워진 느낌이다. 통일 한국의 밑그림을 국제외교 무대에 제시하고 한반도 문제를 대화와 협상의 틀로 풀어보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진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제사회 대응의 초점이 제재·압박으로 급격히 옮아갈 것으로 보여 제재·대화 병행론자인 문 대통령의 대북 기조가 새롭게 도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는 오히려 문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는데 있어 국제적인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회의기간 열리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와의 4강 정상 외교도 북핵 논의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취임 58일 만에 다자 정상외교 무대 데뷔 = 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를 고대했던 건 사실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4강에 치중했던 한국 외교를 다변화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와의 접견에서 "과거 4대 주변국 외교 중심에서 벗어나 EU(유럽연합) 및 영국과의 협력을 더 강화할 생각이고,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많은 정상과도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제경제 협력을 위한 최상의 협의체인 G20 정상회의는 유럽국가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어 외교의 지평을 넓히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임에는 자명하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각국 정상과 '상호연계된 세계 구축'(Shaping an Interconnected World)이라는 주제로 강하고 지속 가능하며 균형 있는 포용적 성장을 위한 G20 정책 공조방안을 논의한다.

또 일자리 창출과 사회통합, 친환경에너지 산업 육성, 여성 역량 강화 등 새 정부의 핵심경제정책을 소개할 기회를 얻는 한편 자유무역 지지와 기후변화 대응 등 주요 국제경제 현안 해결 노력에도 적극 동참할 계획이다.

이번 정상회의는 리트리트(비공식 자유토론) 세션과 일반 세션 등 6개 세션으로 구성됐다. 각 정상은 ▲ 세계경제·무역·금융 ▲ 기후변화 및 에너지 ▲ 디지털화 및 고용 ▲ 개발, 테러, 이민·난민, 보건 등 주요 국제현안을 논의한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회의 중간마다 짬을 내 참석 정상들과 양자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등 이번 회의를 외교 다변화를 위한 전초기지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이들 정상과의 만남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제재와 대화 병행 방침에 대한 협조를 당부할 방침이지만, 전날 북한의 ICBM 추정 미사일 발사로 인해 대북 압박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룰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독일 방문 및 G20 정상회의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4강과 연쇄 접촉…무게 중심은 '대북 압박' = 문 대통령이 다자외교를 강조한다고 해서 4강 외교를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운전대'를 잡았다손 치더라도 이들 4강의 협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의 기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잇단 양자회동을 한다. 최근 정상회담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청 형식으로 한·미·일 3국 정상 만찬회동도 잡혀 있다.

이들과의 회담에서 화두는 단연 북한 문제다. 특히 북한이 ICBM으로 추정된 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에서 대북 압박과 제재 강화 방안이 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북핵 해결을 위한 제재·대화 병행,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 남북대화의 필요성 등 문 대통령의 핵심 대북 기조를 고스란히 담은 한미 공동성명을 토대로 북핵 공조를 이어가려던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화 메시지가 끼어들 여지가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전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 뒤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서면 한미 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며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장을 내밀었다. "한미 양국의 견고한 방위태세와 긴밀한 대북공조를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압박과 제재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는 전날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전화통화를 하고 대북 압박을 강화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는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도록 더욱 강력한 역할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전날 "중국이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금보다 강력한 역할을 해줘야 근원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을 배제한 한미일 정상 회동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감안하면 시 주석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에게 사드 철회 역공을 펼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로 사드 배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적시하면서 북한의 위협이 제거되면 사드를 배치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로 중국의 대북 간여도를 끌어올리라고 압박하며 맞설 것으로 점쳐진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12·28 위안부 합의의 부당성을 토로하며 재협상을 거론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대북공조를 끌어내야 하는 시급성으로 인해 강한 압박은 최소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新베를린 선언' 나올까…北 위협으로 수위조절 할 듯 = 문 대통령은 6일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남북관계를 복원할 복안을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한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이른바 '신(新) 베를린 선언'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로 동력이 떨어지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의 중심축이 대화를 통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제거와 이를 토대로 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시점에서 '대화'를 앞세우기가 녹록지 않아서다. 오히려 메시지의 무게 중심이 대화에서 고강도 대북 경고로 옮아갈 가능성이 작지 않다.

물론 문 대통령이 대화의 끈을 놓아버린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북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천명하면서도 "제재와 대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안전한 북핵 폐기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며 대화의 문을 여전히 열어놨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쾨르버 연설은 대화의 기조를 담되 당초 구상했던 수준에서는 일정 부분 후퇴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긴장이 높을수록 대화의 필요성이 더욱 요구되는 측면도 없지 않기에 역으로 문 대통령이 대화의 절박성을 역설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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