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시아 전문가 월터 라쿼의 신간 '푸티니즘'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3년 크리스마스에 읽어야 할 책 3권을 골라 지자체장과 정치인들에게 우편으로 보냈다. 이 중 한 권이 종교 철학자 이반 일리인(1883~1954)의 '우리의 과업들'이다. 군주정치와 전제적 독재정치를 지지했던 이반 일리인은 푸틴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살펴보는 핵심 고리라는 게 신간 '푸티니즘'(원제: Putinism)의 지적이다.
폴란드 출신으로 반세기 넘게 러시아를 연구해온 월터 라쿼(96)가 정의하는 푸티니즘은 국가자본주의적 독재정치다. 그 중심에는 '군주' 푸틴이 있다. 20년 가까이 권력을 쥐고 있었음에도 푸틴 대통령은 민중으로부터 "차르 시대의 어떠한 장관도 누리지 못한 과찬"을 받고 있다. 푸틴이라는 이름을 내건 보드카와 사탕, 아이스크림, 냉동식품까지 등장했다. 러시아에도 국회와 언론, 헌법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비판하고 견제하는 법을 잃어버렸다.
푸티니즘이 득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0년 푸틴이 처음 권좌를 잡았을 때만 해도 러시아는 복합적인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후 석유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러시아는 다시 일어났다. 사람들은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던 스탈린 시절을 다시 떠올렸고, 공산주의를 대신할 '러시아 이상'을 품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를 뒷받침하는 기둥으로 반(反) 서방적인 성격의 러시아 정교회 신앙과 서구공포증(자바도포비아), 또 다른 형태의 제국주의인 유라시아주의를 든다.
백 세를 바라보는 노학자는 푸틴 제국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보지 않는다.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 인구 증가율은 1.7%다. 러시아 정부는 입국이민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러시아로 향하는 주변국의 무슬림들이 과연 푸티니즘에 순응할지 회의적이다.
바다출판사. 김성균 옮김. 510쪽. 2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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