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한미 군사억지력 약화·北 합의파기 전례·비핵화의지 전무가 맹점'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권혜진 기자 = 미국 정부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 성공 주장과 관련해 북한을 위협하는 것 외에 뾰족한 대북옵션을 갖고 있지 않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이 4일(현지시간) 전했다.
NYT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공격적인 미사일 실험'으로 머지않아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군사 능력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미국 정부에게는 '전략적 딜레마'가 노출될 뿐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활용할만한 대응 카드에는 모두 부정적인 면들이 있다고 전했다.
우선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한반도 해역에서 미군의 군사력을 과시하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초기에 저지하는 사이버 프로그램을 강화할 수 있겠지만 이는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만약 성공했다면, 김정은이 대북제재와 군사압박 강화 등을 예견하고 '7월4일 발사'를 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선제타격'을 위협하는 방법도 있다. 북한의 ICBM 발사가 임박한 것으로 판단되면 선제타격을 가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이다.
그러나 2006년 선제타격론을 거론했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도 최근에는 "그때에는 좋은 구상이었다고 할지라도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발전된 현시점에서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전했다. 미국의 공격을 받은 북한이 휴전선 부근에 배치한 포대로 인구 1천만 명의 서울을 공격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북한과 협상에 나서는 방안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 또한 위험을 안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는 대신 미국은 한국과의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방안이다.
신문은 "이는 태평양에서 미국의 군사행동의 자유를 제한하겠다는 북한과 중국의 목적을 달성해줄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한미의 군사억지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북협상은 과거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한 바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구상'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북한이 경제적 실익이 적다고 판단할 때 합의가 파기되는 전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북한이 10∼20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뒤늦은 시점에서 핵 동결을 하는 것은 북한의 무기들은 그대로 용인해주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현 상황에서 미국이 꺼내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없는 셈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기존의 경제제재 강화 외에 별다른 선택이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 연구원은 "미국은 결국 실패로 끝난 협상과 시작부터 실패한 전략적 인내를 모두 사용해보는 데 10년을 허비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AP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반복적으로 북한 김정은 정권을 비판하고 중국에 대북압박 강화를 주문했지만 어떤 전략도 빠른 결실로 이어지지 못했으며,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이 독자적인 대북제재에 나서겠다고 공언했음에도 정작 행정부 내에선 다음 조치에 대한 의견 일치조차 이루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패트릭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 아시아지역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문제와 관련해 '돌아올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으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외교 협상 테이블에 앉거나 모종의 행동방침을 취하는 방법이 있는데 아마 둘 다 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대북압박 강화를 위해 중국이 어느 만큼이나 공조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으로 미국은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이스라엘과 제작한 '스턱스넷'(Stuxnet)이라는 웜 바이러스를 활용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몇 년간 지연시켰던 것처럼 전자전이나 사이버 공격을 또 하나의 대북옵션으로 제시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패율이 높다는 점에서 이미 미국이 이런 방법을 활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란과 달리 북한은 통신시스템이 극도로 폐쇄적이어서 이런 접근법은 불가능하다고 정보기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말했다.
미 언론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로 북한의 도발이 전략적이며,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점이 명확해졌다고 밝혔다.
또 대북제재가 강화될수록 북한은 핵과 탄도미사일을 확보를 위한 노력을 더욱 빠르게 전개해나갈 것이 예상되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진 리 윌슨센터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미국과 한국 두 정상에게 보내는 반항의 메시지"이며 "미국과 한국이 대북제재를 강화한다고 하면 북한은 핵 동결이나 해체를 위한 협상이 시작되기 전까지 불법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NYT 역시 "미 정부 관리들은 이제 핵 동결이 해법이 아니고, 한반도 비핵화로 가는 중간기착지(way station)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지만, 김정은은 (핵) 능력을 포기하는 데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게 이제 분명해졌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했다가 몰락한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를 언급하면서 "김정은은 핵 프로그램이 자신을 무너뜨리려는 미국의 시도를 막아주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가 맞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quinte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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