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컴퓨터 다루는 것도 어색해…빨리 팀에 도움되고파"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양기(36)가 전력분석원으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소속팀은 여전히 한화 이글스다.
4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만난 이양기는 "이제 막 시작했다. 처음부터 새롭게 배우는 중"이라며 "컴퓨터를 다루는 일조차 생소하다. 하지만 빨리 전력분석을 배워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양기는 2일부터 전력분석원으로 일했다.
한화는 지난달 21일 이양기를 방출했다.
구단으로부터 "웨이버 공시를 한다"는 통보를 받은 뒤 이양기는 "혹시라도 다른 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기회가 오더라도 선수로 뛰지 않겠다"며 은퇴를 결심했다.
2003년 한화에 입단해 한 팀에서만 뛴 그는 '한화에 대한 애정'이 강했다. 한화가 아닌 곳에서 뛸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양기는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대타 요원으로 활약하며 개인통산 326경기 타율 0.261, 6홈런, 75타점을 올렸다.
한화는 은퇴를 결심한 이양기에게 전력분석원 자리를 권했고, 이양기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의 목표는 지도자다. 전력분석원은 지도자가 되는 과정일 수 있다.
김준기 한화 전력분석 팀장은 "이양기는 한화에서 오래 뛴 선수다. 우리 팀 선수에 대한 정보가 많고 애정도 깊다"며 "전력분석 미팅에 선수로 참가했으니 그 과정도 잘 안다. 전력분석원을 시작하기 아주 좋은 조건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력분석원이 되면 야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현역 생활을 하며 쌓은 노하우에 전력분석원의 경험이 쌓이면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양기를 응원했다.
타석과 더그아웃에서 배트를 쥐고 경기를 지켜보던 이양기가 이젠 백스톱 뒤에서 그라운드를 응시한다.
아직은 눈으로 보고 머리로 정리한 야구를 컴퓨터로 옮기는 과정이 낯설다.
프로야구 선수로의 출발도 그랬다. 모든 게 낯설었다.
하지만 이양기는 15년을 치열한 프로 무대에서 버텼다. 성실함이 그가 가진 가장 큰 무기였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웃은 이양기는 다시 손을 분주하게 움직이며 전력분석 자료를 컴퓨터에 담았다. '전력분석원' 이양기의 가장 큰 무기도 성실함이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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