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 이어지다, 7월 들어 첫 선발승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제가 불펜 투수로 뛰어봐서 알아요. 선발이 일찍 내려오면 정말 힘들거든요."
윤규진(33·한화 이글스)이 쓴 '반성문'이다.
4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만난 윤규진은 "최근까지 '5이닝만 버티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선발로 뛰지만 중간, 마무리를 모두 경험했다.
윤규진은 "긴 이닝을 불펜 투수가 책임지는 건 참 힘든 일이다. 그래서 선발이 긴 이닝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선발로 준비하던 윤규진은 팀 사정상 중간계투로 시즌을 시작했다. 4월 1일 두산 베어스전, 4월 8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구원승을 거두며 "올해는 운이 따른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윤규진은 5월 14일부터 다시 선발로 전환했다. 이후 8차례 등판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팀과 윤규진 자신이 "호투했다"고 생각한 경기도 있었지만, 불펜 난조로 승을 날리거나 팀 타선이 터지지 않아 승리를 놓친 기억도 있다.
하지만 윤규진은 "결국 내가 긴 이닝을 버티지 못한 탓"이라고 자책했다.
그는 "한동안 '일단 5이닝만 잘 막아보자'라는 생각으로 던졌다. 팀을 생각하면 더 긴 이닝을 소화해야 했다"고 곱씹었다.
윤규진은 올해 9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7월 1일 두산전에서 6이닝 동안 6안타를 내주고 2실점 해 첫 선발승(3승 4패)을 따냈다.
윤규진은 "첫 선발승을 해서 부담이 조금 줄었다"고 웃었다.
이상군 감독대행은 "윤규진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특히 직구 구위가 괜찮다"고 평가했다.
윤규진도 "우리 팀 야수들이 '직구에 위력이 있다'고 말해줬다. 팀 동료가 그렇게 말해주면 더 힘이 난다"며 "직구로 승부하면서, 길게 던지겠다"고 했다.
보직 변경은 투수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윤규진은 "중간계투로 나서는 것도 기회다"라며 "보직이 바뀌어도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금 다시 선발로 뛰면서도 불펜에서 쌓은 경험이 도움된다고 느낀다. 최소한 불펜 투수들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보직 변경'의 이점을 강조했다.
이제 윤규진은 붙박이 선발이다. '불펜의 마음'을 헤아리며 마운드에 오른다.
그는 "내가 등판한 어느 날 '오늘은 (마무리 투수) 정우람 빼고 다 쉬어' 혹은 '오늘은 우람이도 쉬어'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사실 윤규진의 출발이 그랬다.
2004년 8월 17일, 윤규진은 대전 두산전에서 9이닝(9피안타 3실점)을 홀로 책임지며 무사사구 완투승을 거뒀다. 그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올리는 프로 첫승의 기억이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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