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핵탄두 소형화도 가시권"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북한은 4일 '화성 14호' 미사일 발사를 통해 그들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획기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4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평가했다.
WP는 정보기관들이 미사일의 궤적을 정밀 계산한 결과 북한이 결국 서방전문가들의 예상보다 수년 빨리 ICBM 능력을 갖추게 된 것으로 파악했다면서 북한의 눈부신 성공은 미 관리들에게 반갑지 않은 충격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미사일의 사거리가 3천400마일(약 5천440km)을 넘을 경우 ICBM으로 분류되는데 화성 14호는 이날 지구 상공 2천802km까지 도달한 후 933km를 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만약 화성 14호가 통상적인 궤도를 비행했을 경우 4천 마일(약 6천400km)을 너끈히 날아 미 알래스카 전역을 사정거리 내에 포함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제프리 루이스 비확산연구센터(CNS) 동아시아프로그램 책임자는 "이는 중대 사건이며, 이는 'ICBM과 같은 것'이 아니라 바로 ICBM"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는 또 "화성 14호의 최대사거리라고 믿을만한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해 실제 사거리가 그 이상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참여과학자모임(UCS)의 데이비드 라이트 선임연구원도 화성 14호의 사거리를 4천100마일(약 6천560km) 이상으로 추정했다. 이는 미 본토 48개 주나 하와이 주요 섬들에 도달하기에는 불충분하나 알래스카는 전 지역이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북한이 언제쯤 장거리에 장착할 만큼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하느냐 하는 것이다.
북한이 아직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증거가 없으나 당초 일반의 예상보다 빨리 ICBM 개발에 성공한 만큼 미 본토 도달과 탄두 소형화라는 두 가지 목표도 이제 북한 핵 개발의 가시권에 들어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북한이 지난 5년간 탄도미사일 분야에서 중대하고 빠른 진전을 보여왔다면서 "그들의 능력이 우리의 예상을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또 화성 14호가 이전과는 달리 북한이 독자 개발한 고유 엔진을 장착한 점에 주목했다. 북한은 지난 3월 18일 신형 엔진 개발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세계가 조만간 그것의 의미를 보게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었다.
루이스는 화성 14호가 "고물 소련 엔진을 복제하거나 조합한 것이 아닌 '진품'"이라면서 북한이 이제는 소련의 낡은 기술을 바탕으로 ICBM용 새로운 엔진 개발에 성공했음을 비췄다.
이전 북한 미사일 대부분은 소련 시대 낡은 모델을 개조해 사용했었다.
북한이 또 화성 14호를 지구 상공 높은 고도로 쏘아 올린 것은 기밀 유지 차원의 목적도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사용 후 엔진을 동해 깊숙이 가라앉혀 미국이나 일본이 이를 회수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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