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유럽의회는 우스꽝스럽다(ridiculous)"며 의원들의 저조한 출석률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BBC방송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융커 위원장은 지난 4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에 의원들이 대거 불참해 좌석이 텅텅 비자 "유럽의회는 우스꽝스럽다. 완전히 우스꽝스럽다"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의회 정원 751명 중 30명만 본회의에 참석했다는 점에 매우 화가 난다며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나왔더라면 의회는 꽉 찼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날 본회의는 올해 전반기 EU 순회의장국을 맡았던 몰타의 6개월 임기를 평가하는 자리로, 융커 위원장과 조셉 무스카트 몰타 총리가 연설을 맡았다.
하지만 EU 내 다른 기구인 집행위원회 수장의 이례적인 비판에 유럽의회 측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안토니오 타이아니 유럽의회 의장은 융커 위원장의 발언에 "위원장께 언어를 바꿔달라고 요청한다"며 "우리는 우스꽝스럽지 않다"고 끼어들었다.
그는 "위원장이 의회를 비난할 수는 있지만 집행위원회가 의회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의회가 집행위원회를 통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타이아니 의장의 제지에도 융커 위원장은 다음 회의에서는 더 많은 의원이 자신을 맞아주길 바란다며 "이런 회의에 다시는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노를 쏟아냈다.
유럽의회는 융커 위원장이 회의가 끝난 후 개인적으로 "아침 논쟁 중 했던 말들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타이아니 의장에게 개인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유럽의회는 본회의나 상임위 회의에 출석률이 저조하기로 악명이 높은데 운영내규에 '결석 시 벌금' 규정이 있음에도 여태껏 적용된 사례는 거의 없다.
이에 대해 EU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러시아의 고조되는 위협, 미국의 비협조 등 여러 난관을 앞두고 회원국 간의 공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융커 위원장의 주장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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