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일기' 낸 허영만 "나 혼자 좋아 그린 일기이지만…"

입력 2017-07-05 14:13  

'만화일기' 낸 허영만 "나 혼자 좋아 그린 일기이지만…"

2011년부터 쓴 만화일기 책으로 펴내…"온라인 주식만화 연재 준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제가 항상 들고 다니는 것이 이겁니다. 요 까만 노트. 삼십육이라고 적혀 있죠?"

허영만(70) 화백이 카키색 가방에서 검은색 공책 한 권을 꺼냈다. 허 화백의 36번째 일기장이다. 언젠가 시인 고은의 1970년대 일기를 묶은 '바람의 사상'을 읽은 허 화백은 하루의 일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글을 잘 쓰는 고은 선생이 글로 일기를 썼으니, 나는 만화를 일기로 써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때부터 틈틈이 그리고 쓴 일기 뭉치가 2권의 '허영만의 만화일기'(가디언 펴냄)로 출간됐다. 1권은 2011년 6월부터 2013년 3월까지, 2권은 2013년 4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일기를 모았다. 내년 3월까지 총 9권이 나온다. 책을 들여다보니 그림과 글씨체가 자주 널을 뛴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길을 걷다가, 혹은 지인들과 대화하다가 바로바로 펜을 들고 종이에 그린 탓이다. 책 첫머리에도 "자리를 가리지 않고 생각날 때마다 그리니까 그림이 정성을 놓칠 때가 많다. 그리고! 나도 가끔 간단한 그림 좀 그리면 안 됩니까?"라는 농반진반의 글과 그림이 실렸다.

허 화백은 5일 책 출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에서 "나 혼자 좋아서 그리고 쓴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청탁을 받은 일감이 아니지만, 마음 가는 대로 그리는 작업이 그렇게 재미있었다. 일기 존재를 알게 된 출판사 측에서 출간을 권유했을 때 망설였던 것도 그 때문이다.

"혼자 좋아서 쓴 것인데 독자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이 너무 일방적인 것 같아서 좀……. 주변에 회람을 시켜봤는데 다행히 다들 재미있어하더라고요. 딸은 만화 그리지 말고, 만화일기만 그리라고도 하고. (웃음) 독자들 반응이 궁금해요."

소소한 일상과 소회가 담긴 책장을 넘기다 보면 쿡쿡 웃음을 짓게 되는 부분들이 많다. 최대한 덜어냈다는 '19금' 내용은 별책으로 나올 예정이라고. 웃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 만화의 간판스타로 50여 년간 만화를 그려온 거장의 고민도 엿볼 수 있다.

글로 채워진 2013년 5월 25일 자 일기에는 "4월에 백만원, 5월 25일에 백사십만원. (중략) 카카오페이지의 실패면 만화 그만 그리겠다고 했다. 아~~ 어쩌란 말인가. 48년동안 해오던 작업이다. 무지 열심히 했는데…." 그해 모바일을 통한 만화 콘텐츠 유료화에 도전했다가 좌절감을 토로한 일기로 보인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허 화백의 향후 작업이 화제에 올랐다.

그는 올해 1월 일간지 연재를 끝내면서 "마감 있는 만화는 그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화실도 문을 닫고 문하생도 모두 내보냈다. 그렇게 2개월을 보내고 나니 불안감을 느꼈다. 1966년부터 한 번도 놓지 않았던 만화 마감 작업에 인이 박인 탓인 듯했다.

허 화백은 온라인 주식만화 연재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제목은 '3천만 원'. 허 화백이 3천만 원의 비용을 대고, 이 돈으로 5명의 자문단이 주식 투자를 하는 과정을 담아낼 계획이다. 40권의 주식 관련 서적을 독파했다는 그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등을 살피는 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전까지 주식을 해 본 적이 없다는 허 화백이 왜 숫자에 '꽂혔는지' 궁금했다.

"제가 경제에 너무 무심했던 것 같더라고요. 다른 사람은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어요. 관심 없는 독자도 많겠지만, 그래도 (만화에서) 돈이 왔다 갔다 하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해요."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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