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캐나다서 루게릭병 원인 규명하는 박지혜 박사

입력 2017-07-06 15:13  

[사람들] 캐나다서 루게릭병 원인 규명하는 박지혜 박사

연방정부 퇴행성뇌질환연구장 발탁…"최종 목표는 치료제 개발"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캐나다 연방정부는 대학의 연구개발 육성을 위해 2000년 '캐나다 연구장(長)'(Canada Research Chairs·CRC)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대학, 부설 연구소 및 병원의 연구능력을 향상하고 나아가 세계적 수준의 연구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매년 3억 캐나다 달러를 투입해 분야별로 CRC를 선정, 연구비를 주고 책임을 맡긴다.

올해 CRC 선정자는 모두 142명으로, 지난 5월 5일 홈페이지(www.chairs-chaires.gc.ca)를 통해 발표했다. 이 가운데는 토론토대 분자유전학과 조교수인 한인 과학자 박지혜(여·36) 박사도 포함돼 있다. 그는 '분자유전학 및 퇴행성 뇌질환 연구장'(CRC in Molecular Genetics & Neurodegenerative diseases)으로 이름을 올렸다.

토론토대 분자유전학과는 지난달 홈페이지(www.moleculargenetics.utoronto.ca)를 통해 박 박사가 새 연구장이 됐다는 사실을 알렸고, 토론토대도 웹사이트에서 박 박사를 비롯해 새로운 CRC가 된 15명의 교수를 소개했다.

박 박사는 6일 이런 내용을 연합뉴스에 전하면서 "CRC 프로그램은 미국에는 없고 캐나다에만 있다. 연방정부가 캐나다 미래 과학 발전에 기여하라는 의미로 '연구장'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저는 올해 처음 선정됐기에 2급 연구원이며,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10만 달러씩 모두 50만 달러(한화 4억4천497만 원)를 지원받는다"고 설명했다.

연방정부는 2급 연구원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결과를 내면 1급 연구원 자격을 주고, 7년 동안 매년 20만 달러씩 모두 140만 달러(한화 12억4천608만 원)를 준다고 한다.

박 박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박사과정을, 미국 휴스턴 베일러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마쳤다.

박사과정 2년 차이던 2006년 뇌 신경 이상으로 운동 능력을 상실하는 파킨슨병 연구로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6월 29일자 441호, 1157∼1161쪽)에 제1저자로 논문이 실렸다. 이 공로로 '제5회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생명과학 진흥상'을 최연소 수상했다. 이 상은 화장품기업인 로레알코리아가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함께 수상자를 발굴해 준다.

2008년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퇴행성 뇌 질환을 더 연구하기 위해 베일러대로 박사후과정을 떠나 2015년 11월까지 7년 동안 과정을 마쳤다. 지도교수였던 후다 조그비 교수는 지난해 실리콘밸리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브레이크스루 상'(Breakthrough Prize)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박사후과정 중이던 2013년 '척수 소뇌운동 실조증 제1형'의 새로운 치료 타깃을 발견했고 해당 논문도 '네이처'(6월 20일자 498호, 325∼331쪽)에 실렸다. 이 병은 보행장애, 균형 조절 장애와 불분명한 발음 등의 증상을 보인다.

"박사후과정을 끝내고 잠시 쉬고 있을 때 캐나다 연방정부의 CRC 프로그램에 분자유전학 및 퇴행성 뇌 질환 관련 연구계획 제안서를 냈어요. 연방정부는 박사과정과 박사후과정에서 보인 제 연구 업적과 성과를 평가해 '연구장' 타이틀을 줬습니다. 그 이유로 미국에서 캐나다에 온 것입니다."

토론토대 분자유전학과 조교수로 근무하는 그는 토론토 소아전문병원에서도 '과학자'(Scientist)로 활동하고 있다.

박 박사가 현재 연구하는 분야는 루게릭병이다. 뇌와 척수에 있는 운동 신경원이 손상되는 질환으로,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4번 타자 루 게릭이 이 병에 걸려 은퇴했다. 한 사람이 세 사람을 지목하면 그 사람들이 24시간 이내에 얼음물 사워에 도전하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이 병을 알리고 환우들을 위한 기금을 모으는 전 세계적인 운동이다.

박 박사는 "루게릭병을 일으키는 원인 유전자의 기능을 초파리와 쥐를 통해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궁극에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1월에는 '캐나다 루게릭병재단과 브레인 캐나다'(Canada ALS foundation & Brain Canada)의 루게릭병 연구자로 선정돼 재단으로부터 3년간 31만5천 달러(한화 2억8천25만 원)의 지원을 받게 됐다.

당시 재단은 박 박사를 '떠오르는 스타'로 뽑았고, 관련 내용을 홈페이지(www.als.ca/blogs/canadas-rising-stars-als-research-receive-1-million-als-canada-research-program-brain-canada)에 띄웠다.

"루게릭병을 포함한 퇴행성 뇌 질환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분자유전학 학자로서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싶습니다. 또 훌륭한 제자도 많이 배출하고 싶습니다."




ghw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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