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언론 인터뷰 "핵은 협상대상 아니라는 北정책 고정불변 아냐"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로버트 갈루치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한미연구소 소장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국무부 대북 특사를 지낸 한반도 전문가인 갈루치 소장은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 방송과 4일(현지시간) 한 인터뷰에서 '핵무기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북한 입장이 '영구불변한 것이 아니다'라며 협상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지난달 28일 갈루치 소장과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포함한 미국 전직 고위관리들은 대화만이 현재의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 핵 개발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대북 대화를 촉구하는 서한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와 관련해 갈루치 소장은 DW 인터뷰에서 "한반도에 또다시 전쟁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이를 피하기를 희구해서" 서한을 보냈다며 "미국 대통령이 상황의 심각성을 잘 살펴 종국적으로 협상과 긴장 해소로 이끌 북한과의 대화(engaging) 방법을 검토하길 바란다"는 것이 서한의 핵심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상황이 얼마나 위험하냐는 질문에 갈루치 소장은 군사적 대치는 북한의 ICBM 발사 이전부터 지속해왔고 "아주 빨리 매우 악화할 수 있는 상호 반응 구조" 속에 있다면서 "생명의 손실이 오기 전에 모든 당사자들이 가능한 빨리 진화에 나서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ICBM 발사로 '마지막 창'이 닫힌 건 아니냐는 질문에 갈루치 소장은 아직 상황이 '확정적이지 않고, 되돌릴 수 없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사자들 중 한 쪽이 이를 불가역적이라고 결정하고, 행동에 나서 인명 손실을 초래하고 긴장을 더 고조시키는 일을 하는 대신에 비록 실질 협상의 시작은 아니라도 함께 만나 대화하고, 최소한 협상을 언급하려 한다면 상황은 가역적"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핵은 협상 대상이 아님을 거듭 분명하게 천명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고위급 대통령 특사를 북한에 보내야 한다는 주장에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는 지적에 갈루치 소장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일단 대화할 필요가 있으며, 적어도 대화하는 동안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동결되거나 일부 중단될 수도 있다면서 실제 그런 경험과 선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갈루치 소장은 1993년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로 북한과 협상에 나서 이듬해 북핵 제네바 합의를 끌어낸 주역 중 하나다.
그는 또 북한이 핵무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 '결코'(never)라는 단어를 아주 흔히 쓰지만 과거에 보면 협상장으로 되돌아오고 결코 안 한다는 '특정 행동'을 하는 지혜를 보인바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북한의 '결코'라는 말은 이를 북한이 심각하게 여긴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전혀 협상 대상이 아님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갈루치 소장은 이어 "협상을 통해 종국적으로 한반도에서 핵무기가 사라질 가능성이 없다면 나는 북한과의 협상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을 통한 변화 가능성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choib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