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UAE·바레인·이집트 외무장관 '카타르 답변' 논의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등 카타르 단교를 주도한 아랍권 주류 수니파 4개국 외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오후 카이로에 모여 카타르의 답변을 놓고 대응 수위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들 4개국은 지난달 22일 카타르에 단교 해제를 위한 선결 조건 13개항을 전달했고, 카타르는 3일 쿠웨이트를 통해 공식 답변을 보냈다.
공을 넘겨받은 사우디 측은 이 답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
지난달 5일 이들이 단교를 선언한 지 꼭 한 달 만에 사태가 중요한 분수령을 지나고 있는 셈이다. 회담의 결과에 따라 중동의 정치 지형은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카타르의 공식 답변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카타르 고위 인사의 언급을 고려할 때 카타르가 '백기 투항'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게 대체적인 짐작이다.
사우디 측이 요구한 조건은 ▲이란과 제한적인 상업거래 이외의 우호 관계 중단 ▲터키와 군사협력 중단 ▲알자지라 방송국 폐쇄 ▲테러용의자 정보 제공 등이 골자다.
카타르는 사우디 등이 단교의 원인으로 지목한 '테러리즘 지원'이 완전히 허위이며, 13개 요구도 주권 침해라면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우디 측의 선택은 세 가지 정도로 크게 예측할 수 있다.
우선, 카타르의 답변을 놓고 자구를 수정하면서 협상을 이어가는 길이다. 이는 단교 사태뒤 첨예해진 긴장을 진정시키고,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걸프 '형제국'간 불화를 회복하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일부에선 카타르가 전면 거부하지 않고, 알자지라 방송국 본사를 도하에서 런던으로 옮기는 절충안을 제시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사우디가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란과 교류 역시 사우디가 주도하는 걸프협력회의(GCC) 와 협의하도록 하는 선에서 봉합할 수 있다.
다만, 양측 모두 조건을 놓고 협상 불가를 고수한 만큼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성사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2014년 카타르와 사우디, UAE, 바레인이 외교 갈등을 빚었을 때 쿠웨이트의 중재로 겨우 진정됐다. 그러나 이들이 3년 만에 다시 위기를 맞았다는 점에서 협상을 통한 해결이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미봉책이 될 수도 있다.
다른 한 가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카타르의 답변을 수용하고 국교를 복원하는 시나리오다.
이는 단교 위기가 즉시 원상 복구될 수 있지만, 이는 거대한 주류 수니파 동맹에 맞선 '소국' 카타르의 값진 승리를 의미한다.
사우디 측으로선 20여년간 자신과 보조를 맞추지 않고 독자노선을 추구한 카타르를 길들여 보겠다면서 여러 위험을 무릅쓰고 단교라는 칼을 뽑았지만 용두사미에 그치게 되는 모양새가 된다.
이렇게 되면 수니 아랍권의 '큰 형'이자 이슬람 종주국으로서 군림해 온 사우디는 정치적 위상 추락과 장악력 축소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곧 이란과 패권 경쟁에서 열세에 놓인다는 뜻이다.
살만 사우디 국왕(82)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30대 초반의 모하마드 빈살만(32) 왕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사우디로선 최악의 경우가 될 수 있다.
마지막 선택은 카타르와 협상하지도, 답변을 수용하지도 않는 강공책이다.
이날 회담 전부터 느슨한 연방제라고 할 수 있는 GCC에서 카타르를 퇴출해 고립을 가속하고, 경제·금융 제재를 추가로 부과해 고사시키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4개국은 이미 지난 한 달간 국경과 영공 통과를 금지하고 인적 교류를 제한했다.
카타르가 고립과 봉쇄를 견디지 못해 굴복할 수도 있지만, 중동의 다른 대국 이란과 터키의 지지를 받는 터라 이 강공책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카타르를 공식적으로 배제해 적으로 돌리면 카타르는 생존을 이유로 이란과 더 밀착하게 될 공산이 크다. 사우디의 턱밑에 이란의 교두보가 마련되는 셈이다.
카타르 단교 사태로 중동이 미국을 배후로 한 친(親) 사우디 진영과 러시아까지 포함하는 이란·터키 동맹으로 양극화된 '냉전'의 장이 될 수 있다.
사우디가 이를 막으려면 냉전에 그치지 않고 자칫 군사 행동과 같은 강제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카이로에 모인 사우디 진영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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