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TPP 탈퇴, 일본에 '전화위복'?… 日·EU EPA 조기 타결

입력 2017-07-06 11:00   수정 2017-07-06 14:10

美 TPP 탈퇴, 일본에 '전화위복'?… 日·EU EPA 조기 타결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과 유럽연합(EU)이 5일 4년이나 끌어오던 경제동반자협정(EPA·일본 측 명칭 경제연대협정)에 전격 합의했다. 이는 미국이 앞장서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역풍 속에서 일본과 EU가 자유무역주의를 주도한다는 사실을 국제적으로 과시할 필요가 있다는 양측의 입장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이날 브뤼셀에서 세실리아 말스트롬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EPA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후 기자들에게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본과 EU가 앞장서 자유무역의 깃발을 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한 사명감으로 협상을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일본과 EU는 2013년에 협상을 시작했지만, 그동안 자동차와 농산물 관세 인하 또는 철폐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 진전을 보지 못했다.

지지부진하던 협상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 건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선언이 계기가 됐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EU와 진행해온 '범 대서양무역투자협정(TTIP)' 협상도 중단했다.

양측은 일부 품목에서 견해차가 있더라도 중요한 품목들에서 기본적인 합의가 이뤄지면 "큰 틀의 합의"를 발표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협상을 서둘렀다. 일본과 EU가 자유무역의 수호자라는 사실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서다.




일본으로서는 각료의 잇따른 실언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사학비리 연루 의혹, 도쿄도(東京都) 의회 선거 참패 등으로 내각 지지율이 떨어져 외교에서 만회할 필요성이 커진 것도 합의를 서두르게 한 배경이다.

EU로서도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결정으로 역내 경제통합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을 타개할 필요가 있었다. EU의 중심국가로 7일부터 시작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전에 협상을 타결해 미국 주도의 보호주의 무역 움직임에 쐐기를 박고 싶어하는 의장국 독일의 정치적 필요도 한몫했다.

양측이 합의한 EPA는 물론 관세인하가 가장 중요한 내용이지만 일본에서는 일본과 EU가 세계 무역과 산업정책에 관한 국제적인 룰을 만든 점도 관세인하 못지않게 중요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호소카와 마사히코 추부(中部)대학 특임교수는 마이니치(每日)신문에 이번 EPA에는 규제 당국 간의 협력을 규정한 내용도 들어있다면서 예를 들어 자동차 자동운전에 관한 국제표준을 일본과 EU가 주도하면 미국 자동차업계가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게 돼 결국 미국도 국제협상에 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탈퇴를 선언했던 TPP 등 다자간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통상교섭에서는 국내 시장이 큰 미국과 중국이 주도권을 행사해 왔지만, 일본과 EU가 룰 마련의 주도권을 쥐게 되면 이들 국가와의 협상에서 큰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가하라 쥰이치 미즈호종합연구소 주임 연구원은 인구 5억에 GDP(국내총생산) 16조 달러의 EU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시장이라고 지적, EPA 합의로 무역과 투자가 활발해지면 일본경제에 좋은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산 자동차에 부과되던 10%의 관세가 철폐되면 유럽 자동차는 물론 이미 관세가 철폐된 한국 자동차와도 대등한 경쟁조건이 갖춰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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