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김수천 본인 사건, 청탁 인정 어려워" 알선수재만 유죄
"일부 무죄 나왔지만 상상할 수 없는 행동"…징역 7년→5년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현직 판사 신분으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던 김수천 부장판사가 항소심에서 일부 무죄가 선고돼 징역 5년으로 형량이 약간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는 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 부장판사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추징금도 1심이 선고한 1억3천124만 원보다 다소 줄어 1억2천624만 원이 선고됐다. 레인지로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몰수 명령은 유지됐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김 부장판사가 자신의 재판에서 정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결과를 내는 조건으로 금품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보고 뇌물수수 혐의를 무죄로 봤다. 이에 따라 비교적 형량이 가벼운 알선수재 혐의만 1심 그대로 유죄가 나왔다.
뇌물수수죄는 자신이 맡은 업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했을 때만 성립한다. 김 부장판사는 다른 법관에게 정 전 대표가 연루된 사건을 '잘 해결해달라'고 청탁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았을 뿐 자신의 재판과는 관련이 없었다는 게 항소심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금품이 전달되던 시기에 김 부장판사가 (정 전 대표가 고발한) '가짜 수딩젤 사건'을 맡을 것이 분명하지 않았다"며 "다른 사건과 관련된 돈이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 부장판사가 수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전체 금액 중 500만 원은 중간에서 금품을 전달한 이모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믿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일부 무죄가 나온 부분을 제외해도 피고인의 행위는 위법성과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고 중대해서 상응하는 책임을 엄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의 사건이건 다른 사건이건 판사가 재판과 관련해 금품을 받는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며 보통의 법관이라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법관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고 지켜왔던 것을 피고인이 깨버렸다"고 질타했다.
김 부장판사는 2014∼2015년 정 전 대표가 연루된 원정도박 사건과 민사 소송에서 유리한 결과가 나오게 해당 재판부에 청탁해주는 대가로 정 전 대표에게서 총 1억8천124만 원에 달하는 차량과 현금·수표를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모든 액수를 유죄로 인정했다. 또 네이처리퍼블릭 제품을 모방한 가짜 화장품 제조·유통 사범을 엄벌해달라는 청탁을 들어주는 명목도 있었다고 보고 뇌물수수를 유죄로 인정했다. 해당 사건은 네이처리퍼블릭이 고발한 것으로, 김 부장판사가 2심 재판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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