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정당 자리잡기 전에 총선 치르자"…아베 총리 개헌 속도전에 반감 속출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여당 내에서 개헌 추진 일정을 늦추고 총선을 일찍 실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6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도쿄(東京)도의회 선거에서 압승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지사의 도민우선회나 야당의 상황을 고려해 조기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하자는 주장이 자민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도민우선회가 전국 정당으로 변신하기전에, 그리고 민진당 등 야당이 낮은 지지율에서 탈출하기 전에 중의원을 해산하면 의원수는 지금보다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최소한 총선에서 승리해 자민당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본은 총선 결과에 따라 다수의 의석수를 확보한 정당이 집권하는 의원내각제 국가로, 중의원의 임기는 내년 연말까지다. 총리는 임기 전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치르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지금 해산을 하는 것이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자민당이 정권 재창출을 하기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조기 총선 구상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헌법개정 일정이 걸림돌이 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이 열리는 2020년 개정 헌법이 시행되도록 하자고 개헌 추진 일정을 제시한 뒤 여당 자민당에 연내 당 차원의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방침은 도쿄도의회 선거 패배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일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가을 임시국회에 자민당이 헌법개정안을 제출하겠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자민당 역시 이에 부응하듯 5일 열린 헌법개정추진본부의 전체 모임에서 계획대로 가을 임시국회에서 당 차원의 개헌안을 내기로 했다.
아베 총리가 개헌 추진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연립여당인 공명당이나 개헌에 우호적인 일본유신회를 합해 개헌 발의선인 3분의2 이상의 의석수를 확보한 지금 상황에서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따라서 아베 총리의 의도대로 조기 개헌을 추진하면 개헌안이 발의될 내년 정기국회가 끝난 뒤인 여름 이후에나 중의원 해산과 총선이 가능하게 된다.
아베 총리가 조기 개헌 계획을 고수하고 있지만, 도쿄도의회 선거 패배 이후 당내에서는 포스트 아베 주자들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에 비판적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5일 "(도의회 선거에서) 국민, 도민은 '신중하게 해달라'는 목소리를 냈다. 개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라며 조기 개헌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도 여러차례에 걸쳐 '지금은 개헌을 추진할 때가 아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아베 총리가 가을 임시국회에서 당 차원 개헌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며 개헌 일정에 집착한 나머지 자칫 선택 가능한 전략(조기 총선)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지적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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