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산척면 석천리 합천마을 "비 오면 길 못 지나 가"
충북 재해 취약지 2천997곳…충북도 "여름철 24시간 점검"
(충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비만 오면 돌무더기가 떨어지니 겁이 나서 도로를 지나갈 수가 있어야지 원…"
이달 초 한바탕 폭우가 지나간 뒤 조만간 장맛비가 다시 시작된다는 일기예보가 나오자 충주시 산척면 석천리 합천마을 주민들은 벌써 한 걱정이다.
올여름 폭우가 잦을 것이라는 예보까지 접했던 터라 불안감은 더욱 크다. 매년 그랬던 것 처럼 아무 탈 없이 장마철이 지나가기만 마음 졸이며 바라고 있다.
주민들의 '우환'은 마을을 지나 이웃 명암마을로 통하는 200m 길이의 도로다. 굽은 도로를 가운데 두고 수심이 깊은 하천과 가파르게 솟은 절벽이 마주 보고 있었다.
도로 입구에 세워진 '도로침수 위험지역', '낙석 위험지역', 급경사지 위험지역', '교통사고사망 위험지역' 갖가지 표지판들이 이 도로가 얼마나 위험한 지를 '증명'하고 있다.
도로와 접해 있는 절벽 표면은 금방이라도 쪼개질 듯 곳곳에 금이 깊게 간 상태다.
재해예방 당국이 균열 상태를 확인하려고 설치한 측정기가 절벽 이곳저곳에 붙어있어 절벽이 위태롭다는 것을 실감 나게 보여주고 있다.
절벽을 조금 더 지나자 수풀에 뒤엉킨 전봇대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롭게 산비탈에 버티고 서 있었다.
전봇대나 나무 등을 지지해줘야 할 지반도 비가 오면 금세 쓸려 내려갈 정도로 연약해 보였다.
이런 탓에 비가 많이 내리면 돌무더기가 도로 위로 우르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마을주민들의 설명이다.
김복희(83·여) 할머니는 "도로 인근에 살았다가 지금은 집을 옮겼다"며 "비만 오면 돌덩이가 떨어져서 감히 도롯가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무섭다"고 말했다.
장맛비가 쏟아지면 이 도로와 접해 있는 하천이 상습적으로 범람해 도로가 물에 잠기는 것도 주민들의 걱정거리다
두 마을 주민들은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면 아예 바깥 출입을 포기할 정도로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
도로 폭도 비좁아 교통사고 위험도 크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지적이다.
조재관(73)씨는 "비만 오면 도로가 물에 잠기고 위험해서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다행히 올해 공사를 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어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충주시는 국비를 확보해 올해 10∼11월 이 일대 정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계단식 옹벽과 함께 낙석방지책과 방지망 등 안전망을 설치한다.
시 관계자는 "급경사지와 도로를 정비해 마을주민과 하천을 찾는 관광객들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천리 합천마을처럼 급경사지가 있는 곳은 충북에만 1천187곳이나 된다.
산사태 위험이 있는 지역 1천445곳과 재해 위험 166곳, 위험 저수지 40곳, 야영장 132곳을 모두 포함해 2천997곳이 취약시설로 분류돼 관리되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장맛비 등 기상악화로 인한 재난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오는 10월 15일까지를 여름철 자연재난대책 기간으로 정했다"며 "24시간 3교대로 상황근무를 하며 급경사지와 산사태 취약지역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7일까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예상 강수량은 서울·경기도와 강원 영서, 충남, 전라도, 경남 30∼80㎜, 강원 영동과 충북, 경북, 제주도, 서해5도, 울릉도·독도는 5∼40㎜다.
남해안을 중심으로 시간당 30㎜ 이상 강한 비가 오는 곳도 있겠으니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유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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