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측 "지역경제 활성화" vs 반대 측 "환경훼손 우려"
"결과 관계없이 지역사회 상처 치유하고 피해 보상해야"
(삼척=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강원 삼척지역사회가 '원자력발전소'(원전)에 이어 석탄화력발전소를 사이에 두고 또다시 찬반으로 양분됐다.
전력 생산용 연료가 원자력과 석탄으로 다르지만, 양측의 주장 내용은 원전 찬반논란과 다름없다.
찬성 측은 '지역경제 활성화', 반대 측은 '환경훼손 우려'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을 전면 중단하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에 대한 폐쇄조치도 임기 내에 완료하겠다"라고 밝히면서 지역사회 갈등도 격화하는 분위기다.
찬반논란의 대상은 포스파워가 강원 삼척시 적노동 일대에 2021년 말까지 건설할 계획인 삼척석탄화력발전소다.
설비규모 2천100㎿(1천50㎿ 2기), 투자비 4조6천억원이다.
포스파워는 2014년 10월 출범 당시 2년 후인 2016년 10월 조성공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척석탄화력발전소는 현재까지 첫 삽은 물론 인허가 절차도 마무리 못 했다.
포스파워 관계자는 "보통 2년 이내에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삼척은 아직 인허가도 받지 못한 상태"라며 "해안침식 등 환경훼손 논란, 지역투자 문제 조율 등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다"라고 말했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 문제가 부각된 시점은 2013년이다.
처음에는 부지 이전 요구였다.
당시 이전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애초 요구는 무조건 건설 반대가 아니라,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예정지 반경 5㎞ 안에 삼척시민의 절반 이상인 약 4만5천 명이 거주하는 등 도심에서 너무 가까워 외곽으로 이전해 달라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부지 이전 목소리는 점차 건설 반대 요구로 강도가 세졌다.
올해 3월 15일 '삼척화력발전소 건설 반대 범시민연대'(삼척화력반대시민연대)가 출범했다.
삼척화력반대시민연대는 해변침식, 대기오염 등 환경문제를 들어 삼척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어 삼척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 투쟁 중인 지역반핵단체들이 "지금은 지구온난화 주범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야 하는 시대"라며 반대운동에 합류했다.
반대 측이 활동에 본격 돌입하자, 찬성 측도 3월 20일 '삼척화력발전소 건설찬성 범시민연대'(삼척화력찬성시민연대) 발대식을 하는 등 즉각 대응했다.
4월 10일 삼척시의회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조기 착수 촉구 성명을 냈다.
삼척시의회는 성명에서 "해변침식이나 환경오염 등의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 침체한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발전을 염원하는 다수 시민의 바람 또한 저버릴 수 없다"라며 찬성 측에 힘을 보탰다.
뒤이어 삼척시가 포스파워와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관련 해역이용 협약·합의서를 체결했다.
이에 삼척화력반대시민연대는 "삼척시민을 대표하는 삼척시장과 시의회 의장이 시민과 함께하는 길을 버린다면 시민도 그들과 함께할 수 없다"라며 강경투쟁을 선언했다.
삼척지역 시민사회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사이에 두고 찬반으로 완전히 갈라선 셈이다.
이때부터 찬반 양측은 본격적으로 각자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반대 측은 포스파워 삼척사무소 앞, 삼척시청 앞, 세종시, 서울 광화문 등에서 잇따라 집회를 하는 한편 그린피스, 환경운동연합 등과 연대 투쟁에 돌입했다.
찬성 측도 5월 12일 포스파워 삼척화력발전소 착공 시민 환영대회를 시작으로 세종시, 서울 광화문 등에서 인허가 촉구 결의대회를 잇달아 개최했다.
삼척화력찬성시민연대 관계자는 "신규 발전소는 과거 시설보다 환경오염 수준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대다수 시민 염원을 이루고자 삼척화력발전소가 건설될 때까지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사회 갈등이 격화하는 사이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공사계획 인가 기간은 다시 한 번 만료됐다.
공사계획 인가 기한은 지난달 말까지였다.
현재 정부는 공사계획 인가 기간 연장 여부를 검토 중이다.
애초 지난해 말까지였던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공사계획 인가 기간은 지난달 말까지로 한차례 연장된 바 있다.
현행 전기사업법을 보면 산업부 고시 시점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공사계획 인가를 받지 못해 공사에 착수하지 못하면 주무부처는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그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
포스파워 관계자는 "그동안 투자 비용만 6천200억원에 이른다"라며 "만약 이 상태에서 사업이 무산된다면 그 후유증은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찬반갈등이 격화하자 정부 정책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사회적 비용을 지역사회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한탄도 나왔다.
한 시민은 "원전 유치 찬반갈등이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석탄화력발전소로 민심은 갈기갈기 찢어졌고, 지역사회가 그동안 부담한 찬반활동 비용도 상당하다"라며 "결과와 관계없이 지역사회 상처를 치유하고 피해를 보상하는 사후 대책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삼척지역사회는 2010년 신규 원전 유치 신청 이후 2012년 삼척시장 주민소환 투표, 2014년 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 등 원전을 사이에 두고 7년째 갈등 중이다.
by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