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내달 8일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케냐에서 주요 대선 후보 2명이 TV 토론에 나오기를 거부했다.
현지 일간 데일리 네이션 인터넷판의 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우후루 케냐타 현(現) 대통령은 이날과 오는 24일로 예정된 대선주자 TV 토론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케냐타의 강력한 라이벌인 라일라 오딩가 총리도 출연하지 않을 뜻을 비쳤다.
애초 이날 토론에서는 케냐타와 오딩가 두 후보만 출연해 논쟁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방송국에서 갑자기 이들 두 명의 후보 외에 다른 6명의 군소후보도 출연시키기로 한 것이다.
집권여당 주빌리(Jubilee)의 데이비드 무라테 부대표는 불충분한 사전 협의와 출연자들을 문제 삼으며 "케냐타 대통령은 대선후보 토론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주빌리당 한 간부는 대통령이 '잔챙이' 후보들과 나란히 출연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우리는 대통령을 그런 토론장에 내 보낼 수 없다. 라일라 후보와 단둘이라면 상관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반면, 오딩가 후보 측의 살림 로네 전략실장은 토론 시간을 문제 삼으며 "각 후보당 2분으로 시간을 제한하면 무슨 내용을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실질적 토론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냐는 지난 2013년 케냐타와 오딩가가 맞붙은 대선에서 처음으로 TV 토론을 진행했으나 방송이 끝나고서 케냐타는 자신이 진행자들에 의해 불공평한 공격 목표물이 됐다며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케냐 국민은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 외에도 1만4천 500명의 후보를 놓고 카운티 주지사, 의회의원, 지방의원을 뽑기 위해 한 표를 행사할 예정이다.
케냐에서는 지난 2007년 대선을 치르고서 개표부정 시비로 촉발된 유혈사태가 종족분쟁으로 이어져 1천 100명이 사망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케냐타와 오딩가의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2013년 선거에서 오딩가에 승리한 케냐타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대선에는 2013년 대선 때보다 유권자가 500만명 늘어나 이들의 표가 두 후보 중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EU 선거감시단은 지난 3일 케냐가 이번 대선을 치르고서 폭력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가운데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유권자들에 대한 위협과 협박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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