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정진 백나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한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제시한 한반도 평화구상에 대한 북한의 호응 여부가 주목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총정리 성격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북한이 호응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에 곧바로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최근 '한미동맹이냐, 남북관계냐' 사이에서 택일을 강요하며 우리 정부의 화해 노력에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이 '적대 행위 중지' 등 북한이 원하는 이슈에 대해 제안하기도 해 북한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당장 문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상대적으로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큰 쉬운 이슈부터 제안했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서는 호응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일단 문 대통령이 휴전협정 체결일인 이달 27일을 기해 중지하자고 제안한 군사분계선 '적대 행위 중지'는 북한이 남북회담에서 단골로 제기하는 문제다.
북한은 지난해 2월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되자 남북 간 통신채널을 단절했지만 유일하게 군 통신선을 이용해 우리 측에 회담을 제안한 것이 그해 5월 군사회담이다.
당시 우리 군은 북한이 우리의 대북 확성기 방송과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살포를 막으라는 요구를 할 것으로 판단하고 "비핵화가 먼저"라며 회담에 응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우리 정부가 군사회담을 제안할 수도 있다. 북한이 응한다면 이는 남북 대화채널 복구로 이어지는 의미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체제 존엄을 중시하니 적대 행위 중단 제안에 대해선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만약 북한이 호응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선의'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렇지만,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이를 중지한다면 우리 내부에서 '남남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을 '적대행위'라며 중단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는 등 난제가 적지 않다.
10·4 정상선언 서명일이자 추석인 10월 4일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하자는 문 대통령 제안도 현재로서는 성사가 불투명하다.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를 조만간 정식 제안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북한이 곧바로 응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중국의 북한 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북한 여성 종업원을 송환하지 않으면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적 문제에 협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최근 거듭 밝힌 상태다.
문 대통령은 내년 2월 평창올림픽의 북한 참여를 재차 강조했지만 그동안 나온 북한의 일차적인 반응 역시 긍정적이지는 않다.
최근 방남한 장웅 북한 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스포츠 교류가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 "좋게 말하면 천진난만하고, 나쁘게 말하면 절망적"이라며 선(先) 정치·군사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어느 정도 남북관계가 진전된다면 평창 올림픽에 북한이 참석할 가능성은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은 국제 스포츠행사에는 참석한다는 기조에 따라 북한이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며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적극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당장 북측이 이에 호응해 남북 정상회담이 추진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용현 교수는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은 맞지만 주변 환경이 받쳐줘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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