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세계 1위·매출 반도체업계 1위 '우뚝'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삼성전자가 2분기에 창사 이래 최대의 영업이익(14조원)을 거두면서 두 개의 기념비적인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시가총액 글로벌 1위인 애플을 영업이익에서 제치고, 다른 하나는 세계 반도체업계 1위인 인텔을 매출에서 뛰어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7일 전자업계와 증권가 등에 따르면 애플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는 105억5천만 달러(약 12조2천100억원)다.
애플이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내놓지 않는 한, 삼성전자가 세계 시총 1위 기업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내놓을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분기 영업이익에서 앞지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TV, 생활가전제품 등도 생산하기 때문에 애플과 사업 영역이 고스란히 겹치지는 않지만, 스마트폰의 원조이자 대표적 혁신기업인 애플을 스마트폰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꺾은 것이다.
삼성전자의 성적은 또 금융업체를 제외한 전 세계 제조업체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넘버 1일 것으로 국내외 증권가는 보고 있다.
포브스가 지난해 6월 집계한 '최고의 영업이익률을 올린 20개 기업'에서 애플은 537억 달러의 이익에 영업이익률 23%로, 금융회사를 제외한 제조업체 중에서는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거둔 회사로 꼽혔다.
영업이익 규모는 이들 20개 기업 중에서 가장 컸다.
그런 애플을 앞섰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넘버1' 제조업체가 수익에서 글로벌 1위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다.
애플뿐 아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에서 미국 IT(정보기술) 업계의 '빅 4'인 'FANG'의 실적을 모두 합산한 것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FANG은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을 가리킨다.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FANG의 2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111억5천만 달러(약 12조9천100억원)로 추산되고 있다.
2분기 실적은 삼성전자로서는 또 하나의 각별한 의미가 있다. 세계 반도체 업계 1위 자리를 1993년 이후 24년간 지켜온 반도체의 황제 인텔을 매출액에서 처음으로 앞지를 것이 거의 분명하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이 151억 달러(약 17조3천억원)를 기록하며 인텔의 매출(144억 달러·약 16조5천억원)을 뛰어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분기에 삼성전자가 인텔을 추월하고 처음으로 세계 최대의 칩메이커가 됐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1분기 영업이익에서는 처음으로 인텔을 꺾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분기에는 영업이익뿐 아니라 매출액에서도 인텔을 넘어서며 명실상부한 반도체 1위 메이커가 됐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모바일 시대를 맞아 D램과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며 가격이 올랐다"며 "(삼성의 주력제품인) 메모리칩 시장이 (인텔의 주력상품인) CPU(중앙처리장치) 시장보다 더 크게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계는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에 들어선 메모리 반도체의 시황이 급변하지 않는 이상 올해 연간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매출이 인텔을 앞설 것으로 보고 있다.
'무어의 법칙'으로 유명한 고든 무어가 1968년 설립한 인텔은 1993년 PC용 펜티엄 CPU를 생산하면서 반도체 업계 매출 1위로 올라선 이래 24년간 왕좌를 지켜왔다.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그런 인텔을 추월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여러 면에서 한국 기업사에서는 기념비적인 성적"이라며 "대한민국 1등 기업이 글로벌 1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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