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꽉찬 일정이유 사전 전화회담 제안에 日 정상회담 요구해 관철
"트럼프, 아베의 反보호무역주의 행보에 불편해한다" 관측도 나와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골프 회동하면서 '하이파이브'까지 하면서 친밀감을 과시했다.
일본에서 미일 우호 관계는 최우선 외교사안이라는 점에서 아베 총리의 대미 외교 집착에 이해를 표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일 정상회담이라는 외교적 이벤트를 만들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7일부터 이틀간 열릴 독일 함부르크에서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미일 정상회담이 8일 오후로 어렵사리 성사됐다.
애초 G20 정상회의 기간에 미일 정상회담이 약속됐었으나, 미측이 뒤늦게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정상회담을 할 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고 연락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집권 자민당이 도쿄도(東京都)의회 선거에서 참패한 다음날인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와 35분간 전화회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바쁜 일정을 고려해 이 전화회담으로 G20 정상회의 기간 미일정상회담을 대체하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G20 정상회의 기간 미일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상황이 조성됐다.
그러자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함부르크에서 짧은 시간이라도 만나자"고 강조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거절할 수 없었는지 실무진에 정상회담 일정 재조정을 지시했다고 산케이신문은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미국을 방문한 아베 총리에게 G20 정상회의를 비롯한 국제회의에서 "반드시 정상회담을 하자. 일본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다. (미일 양국 간에) 의제가 없어도 회담을 하자"고 언급했다고 한다.
이런 언약 때문인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이탈리아에서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막 전에도 1시간여 만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압력의 열쇠를 쥔 중국에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의지와 행보와는 달리 자유무역주의에 기운 아베 총리에게 불편함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고 산케이 신문은 분석했다.
일본은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경제연대협정(EPA) 협상을 6일 사실상 타결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 선언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비롯한 자유무역주의 체제를 수호하겠다는 입장이다.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이 패배한 후 미일 간 외교·국방장관 협의회(2+2 회담)가 연기된 것도 주목할 만 하다.
이에 일본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매우 잘 맞는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으나, 산케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유지된 미일 간 밀월에 미묘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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