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내부 문건 인용…"서명 실패 가능성 배제 못해"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유럽연합(EU)이 6일(현지시간) 일본과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경제연대협정(EPA)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나 "협정이 최종 타결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독일 언론이 보도했다.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EU 집행위원회와 독일 정부의 비공개 내부문건 등을 인용하며 협정 최종 타결이 "결코 확실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양측간 EPA 협상이 "큰 틀에서 합의됐다"고 선언했다.
양측은 협상 시작 4년여 만에 이뤄진 이 합의에 바탕해 세부 협의를 계속, 연말까지 최종 타결하고 2019년 발효시키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SZ는 "장막 뒤에는 아직 많은 것이 열려 있는 상태이며,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협정 정식 타결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SZ는 EU와 일본이 이 시점에 '서둘러서' 원칙적 합의를 발표한 배경엔 "EU와 일본이 손을 잡고 보호주의 반대한다는 점"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G20(주요20국) 정상회의에 보여주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EU 무역 담당 집행위의 총국장이 당일 오전에 회원국들에 '원칙적 합의'를 통보하면서 "유럽과 일본이 미국의 고립주의적 무역정책에 대항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했다고 SZ는 전했다.
SZ는 그러나 독일 외교관들이 본국 정부에 보낸 관련 보고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밝혔다면서 EU 내부 문서도 '이번 합의가 최종 협정 타결 실패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님'을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문서엔 "많은 부분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아직 (실패와 성공 어느 쪽으로도 가능성이) 열려 있는 문제들이 있고 특히 "일본 측에 많은 것이 열려 있다"고 쓰여 있다.
이 문서는 일본 정부가 이 협정의 이득에 대해 의회와 여론 설득에 성공할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EU 측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일부 분야(주로 농산물과 자동차)에는 고통스러운 것이어서 일본이 7년 안에 모든 관세를 철폐하는 자유화를 실행할지 아직 불확실하다는 시각이다.
SZ는 EU 측이 이번 합의를 서두른 배경엔 아베 총리의 지지도 급락도 있을 것으로 보면서 EU 집행위의 비공개 협상록을 인용하기도 했다.
한편 EU 시민들 입장에선 EPA가 캐나다와 체결한 협정이나 트럼프 정부 이후 중단된 미국과의 FTA 협상과 유사하게 비밀리에 협상이 진행되면서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있어 앞으로 논란이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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