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원자력 전문가들 "한국 탈원전, 세계 흐름에 역행"

입력 2017-07-07 14:07  

국외 원자력 전문가들 "한국 탈원전, 세계 흐름에 역행"

"세계 원자력 비율 증가…원자력은 지구온난화 시대 대안"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한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탈(脫) 원전정책'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7일 대전에서 열린 '세계원자력대학(WNU) 세계 원자력산업 핵심 이슈과정'의 특별강연을 위해 방한한 세계 원자력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국제 사회 흐름과 역행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서지 골린 세계원자력협회(WNA) 산업협력국장은 이날 한국원자력연구원 국제원자력교육훈련센터(INTE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는데, 이를 폐기한다니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지난 50년간 원자력 발전을 추진해 원전을 안전하고 경쟁력 있게 운영해 왔고, 이를 통해 에너지 독립을 이뤄냈다"며 "원전을 폐쇄하면 전력가격이 상승하고 산업경쟁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원전 수출에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에 따르면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원자력 발전 비율을 현재 11%에서 2050년까지 17%로 늘릴 계획이다.

서지 골린 국장은 "영국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0%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 원자력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며 "IAEA의 국제 원자력 안전 기준을 준수하고 국민과 대화를 통해 수용성을 확보한 결과 원전 재가동에 대한 정치권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 각국은 탄소 감축을 위해 원자력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원자력을 포기할 경우 중동과 같은 정세 불안 지역에 의존함으로써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해질 것이고 기후변화 공약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처럼 노후화된 원전 문제를 놓고 고민했던 캐나다 역시 최근 원전 설비를 개선해 수명 연장을 결정했다.

밀턴 카플란 세계원자력협회 경제실무그룹 의장은 "캐나다는 수력, 천연가스, 풍력 등 천연자원이 많은 혜택받은 나라이지만 원자력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삼는다"며 "제가 사는 온타리오주의 경우 원자력 발전 비율이 6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3년 온타리오주 차원의 연구결과 신재생에너지로는 전력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결국 지난 30년간 가동돼온 원전설비 10호기에 대한 개선작업에 돌입해 설계 수명을 2060년까지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50년간 화력발전 비율이 30%에 달했지만 화력은 환경오염 문제 때문에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원자력 발전에 집중했다"며 "그 결과 북미지역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사상 최대로 감축하는데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아벨 곤잘레스 아르헨티나 원자력규제위원회 수석자문관도 "아르헨티나 역시 풍부한 풍력과 태양열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을 택했다"면서 "현재 노후화된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해 계속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방사성폐기물로 인해 결과적으로 원전발전 비용이 신재생에너지보다 비싸진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벨 자문관은 "원자력 발전의 생산단가를 계산할 땐 폐기물 처분 해체비용이 이미 포함돼 있는데, 이를 고려해도 저렴한 수준"이라며 "태양열 발전이 원자력에 비해 300배 많은 폐기물을 만들어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 각국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연구하고 있지만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한국이 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도 태양력·풍력 발전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지만 여전히 전력 생산량이 미비해 대부분을 화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은 여전히 유럽연합(EU에 에너지를 의존하고 있으며 화력발전으로 인해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년보다 증가하기도 했다"며 "독일을 탈원전 성공 사례라고 하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지난해 12월 UN 총회에서 화력발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재에서 나오는 방사성물질이 원자력 발전보다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폐기물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 화력발전보다는 체계적인 처분 계획을 세워 관리하는 원자력이 훨씬 안전하다"고 역설했다.

밀턴 카플란 의장은 "환경단체도 기후변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원자력이 꼭필요하다고 보고 신재생뿐 아니라 원자력 발전에 동의하고 있다"며 한국 탈원전 정책의 재고를 당부했다.

j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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