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환경파괴 vs 경제 활성화…영양 풍력발전 찬반 논란

입력 2017-07-09 06:36  

백두대간 환경파괴 vs 경제 활성화…영양 풍력발전 찬반 논란

2009년 풍력발전기 첫 설치 뒤 130기까지 확대…영양군 "추가 허가 없다"




(영양=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경북 영양에 풍력발전시설을 놓고 환경단체·주민과 자치단체·발전업체 간 갈등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주민과 환경단체는 백두대간 환경파괴와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풍력발전시설 설치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지방자치단체와 발전업체는 풍력발전이 신재생에너지로 경제 활성화와 국가 에너지 정책에 이바지한다고 맞선다.

게다가 반대 주민은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펴기로 하자 혹시 풍력발전시설이 더 들어설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한다.

백두대간에 속해 산세가 수려하고 주요 생태 축 역할을 하는 영양에 풍력발전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석보면 맹동산에 1.5㎿급 41기를 처음으로 설치했다. 당시에는 큰 반발이 없었다.

그러나 7년여만인 올해 상반기까지 영양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은 3.5㎿급 18기를 포함해 모두 59기로 늘었다.

올 초에는 발전업체가 홍계리 주산에 3.3㎿급 풍력발전시설 22기를 추가로 건설하려고 산 정상을 깎는 공사를 했다.

이곳에는 1.65㎿급 25기를 설치할 예정이었으나 발전용량을 늘리는 대신 발전시설 수를 줄였다. 산림청이 주산 정상은 산사태 1급 위험지역인 만큼 발전시설 규모를 줄이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발전업체는 맹동산과 주산 뿐 아니라 석보면 토산리 포도산 일대, 삼의리 등에도 산업자원부 전기위원회 허가를 받아 풍력발전 건설을 위한 적합도 등 평가를 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영양에는 모두 130기(상업운전 59기, 공사 중 27기, 행정절차 진행 중 44기) 풍력발전기가 들어서게 된다.

주민은 발전시설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환경파괴를 꼽는다.

풍력발전시설이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인 곳은 대부분 백두대간에 속한다. 따라서 산양, 사향노루, 담비 등 멸종위기종 생물 보금자리를 파괴할 것으로 본다.

특히 영양에는 속칭 '칼산'(정상부 경사가 급한 뾰족한 산)이 많아 발전시설을 설치하려면 나무를 베어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 정상을 깎아내고 옹벽까지 쌓아야 한다.

발전시설 가동에 따른 전자파나 저주파 피해도 우려한다.




전자파와 발전시설에서 나오는 소음 등이 벌(蜂)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파 등 영향으로 벌이 떠나면 농작물 수정이 불가능해져 열매를 맺을 수 없게 돼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발전시설에서 송전할 때 생기는 저주파도 가축이나 인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걱정한다.

발전시설이 가축이나 인체에 영향을 끼치면 땅값 하락 등 2차 피해도 생길 것으로 내다본다.

주민과 환경단체 반발에 영양군은 풍력발전사업의 경제성을 내세운다.

군에 따르면 현재 가동하는 영양 풍력시설 59기가 생산하는 평균 전기량은 120.9㎿ 안팎이다. 4인 가족 기준으로 6만5천 가구가 사용할 수 있다. 경북 경산시민(약 27만명)이 쓰는 전기와 맞먹는다.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풍력발전시설 건설 과정에 일자리가 생기고 인구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풍력발전업체가 특별지원사업 등 명목으로 영양에 환원하는 돈도 거액이어서 경제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분석한다.

또 풍력발전시설이 과세대상이 되도록 세법을 개정하면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영양군이 이같이 경제성을 내세우고 있으나 주민은 계속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풍력을 반대하는 영양군민'이라는 단체를 구성해 풍력발전 반대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 3월 영양시장에서 집회를 연 뒤 4월부터 영양장날(4·9일)마다 시장에 모여 발전시설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연다.

또 "영양군이 공유재인 산과 자연이 가진 다양하고 깊이 있는 사회·공익적 가치 등을 무시한 채 사기업 이윤을 위해 공유재를 복원 불가능하게 파괴하고 있다"는 주장이 담긴 전단을 돌리며 풍력발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군민에게 알리고 있다.

이에 영양군은 풍력발전시설 추가 허가는 하지 않겠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권영택 군수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풍력발전사업 유치는 경제 활성화와 국가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이바지하려고 추진했다"며 "행정절차가 진행 중인 발전기를 제외하고 추가 설치를 허가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주민 김모(52)씨는 "새 정부 에너지 정책이 알려지자 일부 주민은 풍력발전시설이 더 들어설 수 있다며 걱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군수가 더는 풍력발전기 설치를 허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만큼 반드시 지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leek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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