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 "화성-14형 곧 핵탄두 장착 가능" 전망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북한이 시험발사에 성공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에 핵탄두 탑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과 연구기관에서 이런 평가들이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아직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북한은 이번 시험발사 성공을 계기로 '미국의 심장부'를 타격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화성-14형에 실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미국 항공우주 연구기관 에어로스페이스의 존 실링 연구원은 6일(현지시간)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화상회의에서 북한이 화성-14형에 핵탄두를 곧 장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석은 북한이 5차례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 소형화를 거의 달성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늘리려면 핵탄두 무게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사거리 1만㎞ 이상의 ICBM은 핵탄두 무게가 500㎏보다 작아야 한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아직 500㎏ 수준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화성-14형이 정상 각도로 발사됐을 경우 사거리가 약 8천㎞로 추정된 점을 고려하면, 북한의 핵탄두가 화성-14형 정도의 ICBM급 미사일에는 탑재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라는 추정은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이 ICBM급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려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더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는 게 군과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북한이 머지않아 6차 핵실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방부가 지난 5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자료에서 앞으로 예상되는 북한 동향과 관련, "폭발력이 증대된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와 핵투발 수단 능력을 시현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시각을 의식한 듯 북한은 지난 5일 화성-14형이 '대형 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케트'라고 강조했다.
무게가 일정 수준 이상인 핵탄두를 탑재해도 ICBM급 미사일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엔진 추력이 핵탄두 무게를 상쇄할 만큼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은 작년 3월 초 ICBM급 미사일에 탑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핵탄두 모형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모형은 직경 70∼80㎝, 무게 약 500㎏으로 추정됐다. 당시 북한은 모형이 아니라 실제 핵탄두라고 주장했다.
이를 표준형으로 본다면, 북한이 언급한 대형 중량 핵탄두는 이보다 크고 무거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대형 중량 핵탄두는 표준 핵탄두보다 크고 무거운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대형 중량 핵탄두는 핵융합 장치가 추가된 핵탄두일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이 수소탄을 염두에 두고 대형 중량 핵탄두를 언급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작년 1월 감행한 핵실험은 핵융합 물질을 주입해 중성자를 만들어 핵분열을 촉진하는 '증폭핵분열탄' 시험으로 파악됐다. 당시 북한은 수소탄 시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화성-14형 시험발사를 계기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과대평가는 과소평가 못지않게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과대평가할 경우 아직 완성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기술력으로 군사적 위협을 극대화해 정치·외교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북한의 의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화성-14형 시험발사만으로 북한이 ICBM 기술을 확보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북한의 정확한 핵·미사일 기술 수준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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