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인 감사기구·진실성 조사위원회 통해 각종 비리 다뤄야"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납품업체 대표에게 뇌물을 받거나 만취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국책연구원들에 대한 사법 처리가 잇따르고 있다.
연구계 일각에서는 독립적인 감사기구와 진실성 조사위원회를 가동해 뇌물·연구비 횡령 등 각종 비리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고법 형사1부(차문호 부장판사)는 9일 물품 납품 등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업체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A씨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6월, 벌금 4천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간부인 A씨는 1심에서 징역 4년, 벌금 5천500만원을 선고받은 뒤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A씨는 2011년 2월 17일부터 2013년 5월 27일까지 사무실 등에서 연구과제 수행에 필요한 물품을 납품해 오던 회사 대표에게서 납품 계약을 좋은 조건에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4차례에 걸쳐 모두 5천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3차례에 걸쳐 모두 4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받아 챙긴 금액이 적지 않고, 이 범행으로 말미암아 A씨가 근무하는 기관의 업무에 관한 공정성과 투명성, 적정성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시켰다"며 "수수한 금품에는 통·번역 등 피고인이 제공한 직무 외 편의에 대한 사례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동료 연구원에게 욕설하며 화이트보드용 지우개를 던진 혐의로 기소된 연구원 간부에게도 벌금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5단독 송선양 부장판사는 폭행 등으로 기소된 정부출연연구기관 책임연구원 B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B씨는 지난해 6월 20일 오전 10시께 연구실에서 업무 인수인계 지시에 큰소리로 항의하는 동료 연구원에게 욕설하면서 손에 들고 있던 화이트보드용 지우개를 던지는 방법으로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음주측정을 요구하는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연구원은 항소심에서 징역형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됐다.
대전고법 형사3부(성기권 부장판사)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원심을 깨고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원심은 C씨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과 함께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C씨는 지난해 7월 1일 오후 9시 6분께 음주 교통사고 관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자신의 일행에게 음주측정을 요구하자 격분해 주먹을 휘두른 혐의로 기소됐다.
만취한 여성을 화장실에서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연구원 D씨는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D씨는 지난해 2월 2일 오전 1시 45분께 술에 취한 여성을 화장실로 부축해 데려다준 뒤 칸막이 내부로 들어가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국책연구기관 소속 연구원의 비위행위가 잇따르면서 각종 비리 문제를 다룰 독립된 감사기구와 연구 진실성 조사위원회를 가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명호 공공연구노조 위원장은 "징계를 강화해야 하는데 각 기관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며 "25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포함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밑으로 기관별 감사 기능을 모아 독립된 감사기구를 만들어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위원장은 이어 "연구 진실성 조사위원회도 독립시켜 연구원들의 논물 표절뿐만 아니라 연구비 집행, 연구과제 과대 포장 문제, 윤리 문제 등도 걸러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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