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후속 조치로 조만간 북한에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제안할 것 같다. 통일부 이유진 부대변인은 7일 문 대통령의 대북 제안을 실현할 이행계획 마련에 착수했다면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회담과 남북 간 적대 행위 중단을 위한 군사실무회담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전날 독일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휴전협정 64주년인 올해 7월 27일을 기해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를 상호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또 추석과 겹친 10·4 정상선언 10주년에 맞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자고 했다. "남북이 함께 손을 잡고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먼저 쉬운 일부터 시작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대통령이 제안한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 중단은 남북 군의 확성기 방송 중단과 선전물 철거 등을 의미한다고 한다.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북한도 대응에 나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를 휴전협정일에 맞춰 중단하고 선전물까지 철거하려면 남북 군 당국 간 회담이 필요하다. 또 10·4 정상선언에 맞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려면 적어도 한 달의 준비 기간이 필요해 내달 말까지는 적십자회담이 열려야 한다는 게 실무자들 의견이다.
정부가 비교적 쉬운 문제부터 시작해 신뢰를 쌓아가자는 의도로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제안한 것 같지만 북한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군사분계선 적대 행위 중지는 북한이 '최고 존엄'에 대한 비난을 막기 위해 남북회담에서 주로 요구해 온 것이다. 그만큼 북한 측이 받아들일 만한 것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은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 같다. 이날도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탈북 여종업원 13명의 송환을 요구하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여론 기만행위'라고 비난했다. 탈북 여종업원 13명의 가족을 "이산가족으로 만들어놓고 이산가족 상봉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는 주장도 했다.
군사회담이나 적십자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우리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인정한 남북 간 문제다. 그렇더라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이 강해지는 상황이어서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구심도 든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세 정상은 만찬에서 "북한에 대해 훨씬 강화된 압박을 가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한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 동참하면서 남북대화도 추진하려면 남다른 지혜와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남북대화는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지 대화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기념일에 맞춰 대화하자는 것은 뭔가 서두른다는 느낌을 준다. 베를린구상 이행계획을 내실 있게 준비하되 겉모양에 너무 신경을 쓰거나 대화 자체에 함몰되는 듯한 인상을 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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