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서 특검 주장 뒷받침하는 증언
삼성 "최순실이 몰래 '말 세탁' 계약했지만 무효…말도 국내 회수"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해 10월 초 삼성의 정유라 승마 지원이 한창 언론에 보도되자 "문제가 안 되면 계속 지원하겠지만, 문제가 있어 마필 등을 바꿔 올해까지만 지원해주겠다"고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김 전 차관은 작년 10월 4일 국정농단 의혹이 한창 보도되기 시작할 때 신라호텔에서 박 전 사장을 만났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사장이 '언론의 의혹 제기 때문에 9월 말 독일에 가서 최순실씨를 만나 정유라 지원 문제 전반을 상의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게 김 전 차관 진술이다.
김 전 차관은 "그 말을 듣고 굉장히 놀랐다"며 "박 전 사장에게서 '정유라가 독일 영주권을 받을 때까지는 지원을 해줘야 할 것 같다, 2018년까지는 정유라를 지원해줘야 한다고 최씨가 요구했다'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박 전 사장이 이에 "언론에서 너무 시끄러워서 올해까지만 지원해주겠다. 문제 되지 않게 말을 다른 말로 바꾸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는 게 김 전 차관 증언이다. 소위 '말 세탁' 방법을 제안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김 전 차관은 박 전 사장이 이런 얘기를 한 이유에 대해 특검에서 "삼성이 위험을 무릅쓰고 최순실을 계속 챙기고 있다는 걸 문체부 2차관인 저에게 전달하려고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중순 최씨 조카 장시호씨에게서 "삼성이 유연이(정유라) 지원해주는지 이모가 물어보라고 한다"는 얘길 듣고 "올 연말까지만 지원해준다고 한다"고 답해줬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이후 최씨에게서 연락이 와 '삼성이 내년에도 유라를 지원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길래 '제가 더이상 중간에 낄 수 없다, 직접 연락하시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삼성 측은 김 전 차관의 검찰 진술이나 법정 증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삼성 측은 최씨가 삼성 몰래 독일의 말 중개상과 교환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또 실제 말 소유권을 삼성이 갖고 있어 최씨가 체결한 계약은 무효이며, 이에 따라 애초 정씨에게 지원했던 말 '라우싱'도 지난달 국내로 들여왔다는 게 삼성 측 주장이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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