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SK하이닉스 쪽이 도시바에 대한 의결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언론에서는 '협상의 판이 깨질 수 있다'는 뉘앙스의 보도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갑자기 쟁점으로 부상한 의결권 요구가 '딜 브레이커'(협상 결렬의 요인)가 될지 결과가 주목된다.
8일 반도체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당초 도시바의 주주총회(6월 28일) 이전으로 점쳐졌던 한미일 연합과 도시바 간 매각 계약은 이날까지도 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민관펀드인 일본산업혁신기구(INCJ)와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 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은 도시바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래 매각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최근 일본 쪽에서 흘러나오는 보도들을 보면 SK하이닉스가 도시바에 의결권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출자자가 아닌 융자자로 한미일 연합에 참여한다던 SK하이닉스가 "융자와 전환사채(CB)의 조합으로 자금을 대겠다"고 나섰다는 것이다.
전환사채란 회사채와 주식이 결합된 형태의 금융상품이다. 매입할 땐 회사채로 사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전환사채를 확보하면 나중에 도시바 반도체의 지분, 즉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SK하이닉스가 이를 통해 도시바 반도체의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려는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INCJ가 보통주 50.1%, 일본정책투자은행이 16.5% 등 일본 측이 의결권 있는 주식의 66.6%를 가져갈 것으로 알려진 것에 비춰보면 SK하이닉스가 확보할 수 있는 의결권의 맥시멈은 잔여분인 33.4%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업계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의 지분을 일정 부분 확보할 경우 기술 제휴나 사업 협력의 폭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권까지 확보하진 못해도 SK하이닉스-도시바 간 시너지의 범위가 크게 넓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바 기술의 해외유출을 경계하는 일본 정·재계의 여론은 협상 타결 전망을 어둡게 한다.
더 큰 문제는 CB를 통해 SK하이닉스가 잠재적인 의결권을 확보할 경우 각국의 반독점 규제 심사에서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내년 3월까지 매각을 매듭 짓고 매각 대금을 손에 쥐어야 하는 도시바로서는 이 같은 불확실성을 수용하기 힘들다.
이러다 보니 일본 언론들에선 우선협상대상자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한 결정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는 한 산업혁신기구 간부의 말을 인용하며 "교섭의 향방이 아직 유동적이다"라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이런 논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협상 내용이나 협상의 타결 가능성 등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