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전세계 매출 3억1천300만달러…전년比 75% 감소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약효가 좋다 보니 환자가 줄어들어 결국 시장이 줄어드는 일종의 '딜레마'가 발생하는 거죠."
C형간염 완치율 90% 이상을 내세우며 등장한 길리어드의 신약이 예상 밖의 암초를 만났다. 완치된 환자가 늘어나면서 전체 시장 규모가 감소, 매출이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9일 다국적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C형간염 신약 '소발디'의 올해 1분기 전 세계 매출은 3억1천300만달러(3천6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소발디 매출은 12억7천700만달러(1조4천700억원)다. 1년 만에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2013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소발디는 2014년 10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단숨에 대형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15년 들어 매출이 52억달러로 반토막났고, 지난해 연간 매출은 40억달러까지 줄어드는 등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길리어드가 개발한 소발디는 C형간염을 완치 가능한 질환으로 끌어들여 명성을 얻은 신약이다. 소발디는 기존 치료제와 함께 투여할 경우 97% 이상의 완치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기존에는 C형간염 환자의 85% 정도가 만성화했으나 소발디의 등장으로 완치 영역으로 편입된 셈이다. 만성 C형간염 환자의 30%는 20년 이내에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증상이 악화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됐었다.
그러나 뛰어난 약효가 오히려 개발사인 길리어드의 매출을 감소시키는 모순된 상황을 만들었다. 병이 완치돼 전반적인 환자 수가 감소하고, 경쟁 약물이 등장하면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소발디 매출 감소는 그만큼 완치된 C형간염 환자가 많아졌다는 뜻으로 제품력이 우수하다는 증거"라며 "길리어드의 목표는 '질병의 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길리어드는 소발디의 치료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데 힘쓸 것으로 알려졌다. 소발디는 최근 FDA로부터 성인뿐 아니라 12세 이상의 청소년 C형간염 환자에게도 쓸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아직 국내에서는 청소년 C형간염 치료에는 허가받지 못했다. 국내 식약처가 인정한 소발디의 효능효과는 성인의 유전자형 1, 2, 3, 4형 만성 C형간염 치료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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