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부터 마트·호텔·숲까지…사옥 대신 소도시 만드는 IT기업

입력 2017-07-09 08:08  

주택부터 마트·호텔·숲까지…사옥 대신 소도시 만드는 IT기업

페이스북 23만㎡ 부지에 사원용 '복합 마을' 계획…집값도 15% 낮게 제공

'우주선' 애플·'대형텐트' 구글·'중세유럽' 화웨이도 초대형 사옥 프로젝트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1천500세대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주택가 옆에 마트와 약국, 호텔 등이 늘어서고 트램과 셔틀버스가 주택가를 가로지른다.

마치 미국의 평화로운 소도시와 같은 인상을 주지만 이는 페이스북의 미래 회사 캠퍼스 모습이다.

페이스북과 애플, 구글, 화웨이 등 유명 IT기업이 기업 규모에 걸맞은 대형 커뮤니티 건설 프로젝트를 속속 내놓고 있다.

널찍한 부지에 사무공간은 물론 각종 가게와 식당, 운동시설을 설치하고 사원들을 위한 집과 통근수단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커다란 녹지를 조성하고 사과나무와 살구나무 등 갖가지 과실수를 심겠다는 구상도 나온다.





가장 최근에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한 것은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7일(현지시간) 블로그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본사 건너편 23만㎡ 크기의 부지에 '윌로 캠퍼스'라는 이름의 복합 마을(mixed-use village)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마을에는 1천500가구가 살 수 있는 주택을 건설하고 식료품점과 약국, 체육관, 음식점, 문화센터 등을 설치한다.

외부인을 위한 호텔까지 있고 출퇴근 불편을 덜기 위해 트램과 셔틀버스도 운영한다. 건물 사이마다 크고 작은 공원도 마련할 예정이다.

페이스북은 올해 이 같은 건설 계획을 당국에 제출하고 2019년 중반까지 승인을 받아 2021년 초에는 건설 첫 단계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주택 1천500세대 가운데 15%에 해당하는 225세대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한다. 페이스북 직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도 이 주택에서 살 수 있다.

유명 IT 기업이 몰려있는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는 살인적인 집값으로 악명이 높다.

페이스북은 직원들의 거주지가 사무실과 가까워진다면 통근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애플은 한참 전인 스티브 잡스 공동창업자가 살아 있을 때부터 대형 캠퍼스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보였다.

애플은 2015년부터 당국의 허가를 받아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소재 26만㎡의 부지에 '애플 캠퍼스 2'라는 이름으로 속이 빈 도넛 또는 우주선과 같은 모양새의 유리 외벽 원형 건물을 건설 중이다.

이 캠퍼스의 가장 큰 특징은 전체 부지의 80%가 녹지라는 점이다.

도넛 같은 건물에 둘러싸인 가운데 노지에는 떡갈나무는 물론 사과와 살구, 올리브, 체리, 자두, 감나무 등 갖가지 과실수 7천 그루를 심어 숲을 조성한다. 연못과 초원, 과수원이 어우러진 공간이 될 예정이다.

직원들은 이 녹지 공간에서 조깅하거나 산책을 할 수 있다.

지하에는 1만 대의 차량을 댈 수 있는 주차장과 1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당을 만든다. 환경친화적인 컨셉에 맞게 전력은 태양광과 바이오 연료 등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할 예정이다.





구글은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한가운데에 대형 '은색 텐트'를 칠 예정이다.

구글이 최근 마운틴뷰 시의회에 제출한 새 캠퍼스 예상 디자인에 따르면 마치 천막을 펼쳐놓은 것과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부지 규모는 7만5천㎡로 앞선 두 기업보다는 작지만, 이 안에 연구소, 카페, 사무실, 공연 장소 등을 채워 넣고 공원과 광장을 배치해 열린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규모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중국의 IT기업도 초대형 캠퍼스를 짓고 있다.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는 중국 광둥(廣東)성 둥관 호숫가에 1.21㎢ 크기의 새 캠퍼스를 건설 중이다.

총 12개의 구역으로 나뉜 이 캠퍼스는 유럽 고대 또는 중세 건축양식을 딴 건축 모양 때문에 논란을 낳았다.

한 구역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를 그대로 베꼈다면 또 다른 구역에는 유럽식 성을 건설하는 식으로 만들어 IT기업의 세련됨이 드러나지 않고 놀이공원 같다는 지적이다.

이는 창업주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다.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73) 회장이 유럽식 건축물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전(深천<土+川>) 캠퍼스 내 화웨이 연구소는 아예 고대 그리스 신전처럼 생긴 것으로 유명하다.





he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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