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치 전 伊총리 "이탈리아 난민 수용 상한선 둬야"

입력 2017-07-08 22:15  

렌치 전 伊총리 "이탈리아 난민 수용 상한선 둬야"

"伊, 유럽 다른나라 난민 수용 안하면 EU 분담금 내지 말아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중해를 건너는 아프리카 난민 행렬이 끊이지 않으며 이탈리아의 난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마테오 렌치 전 이탈리아 총리가 이탈리아가 수용하는 난민 수에 상한선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8일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렌치 전 총리는 7일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집권 여당 민주당의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에서 "입국하는 (난민)숫자가 한정돼야 한다"며 "우리가 모든 사람들을 다 환영할 수 없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주 발간될 신간 '아반티'(앞으로)에서도 "난민을 통제하는 것은 인종주의적 행동이 아니라 이성적인 것"이라며 "이탈리아에 오고자 하는 모든 이들을 환영하는 것은 윤리적, 정치적, 사회적,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경제적인 재앙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렌치 전 총리는 또 유럽 다른 나라들이 현재 지중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민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에 분담금을 내지 말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약속한 나라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이탈리아는 내년 EU 분담금 200억 유로를 내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유럽행 난민의 최대 관문이 된 이탈리아는 최근 '나홀로 난민 수용'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토로하며 EU 회원국에 구조된 난민들을 위해 항구를 개방하고, 난민 분산 수용 약속을 조속히 실행할 것을 압박하고 있으나 주변국들은 국내 여론을 의식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렌치 전 총리의 이런 발언은 물밀 듯 밀려드는 난민에 대한 이탈리아 대중의 반감이 커지고 있는 것과 발맞춰 집권 민주당의 난민 정책이 강경해질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반(反) 난민을 일찌감치 주창해온 극우 성향의 우파 정당 북부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이에 대해 "렌치는 내가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정책들을 베꼈다"며 "그는 과거엔 이 정책들에 '인종주의적'이라는 딱지를 붙였다"고 비꼬았다.

한편, 집권 민주당은 지난 달 이탈리아 일부 도시에서 치러진 지방 선거에서 지난 50년 동안 주도권을 놓친 적이 없는 북서부 항구 도시 제노바를 비롯한 아성까지 우파 정당 연합에 속속 내주며 참패를 당했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난민 대량 유입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지목되고 있다.

이탈리아에는 지난 3년 간 50만 명의 난민이 도착했다. 또,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올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한 아프리카·중동 난민 약 9만6천명 가운데 90%가량은 이탈리아에 들어왔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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