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태국 군부가 이미지 쇄신의 한 방편으로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이하 태후)를 모방한 듯한 병영 드라마를 제작해 화제다.
이 드라마는 잘 생긴 배우들과 마약조직 및 테러범 소탕이라는 소재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학자들은 3년째 집권중인 군부가 멀어지는 민심을 잡기 위해 동원한 선전 수단일 뿐이라는 비판하고 있다.
태국 군부가 운영하는 방송인 채널7은 지난 1일부터 군을 소재로 한 드라마 '러브 미션'을 방영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육군과 공군, 해군, 경찰 등 태국 군부의 4개 집단에서 각각 선발된 4명의 잘 생긴 요원들이 마약밀매 조직과 국제 테러단체 등 '공공의 적'을 소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방영된 1부 '내 심장을 향해 방아쇠를 당겨'에서는 마약조직 소탕을 위해 출동한 국경지대에서 육군 출신 요원과 의료봉사에 나선 여의사 간의 사랑 이야기가 다뤄졌다.
또 '내가 사랑한 해군 장교'라는 제목의 2부는 불법 어업 단속에 나선 해군 장교와 언론인 겸 작가로 등장하는 여성 간 로맨스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태국 군부는 드라마 제작비를 직접 지원하지는 않았지만, 헬기와 소총 등 무기를 소품으로 제공하고,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실제 군기지를 촬영장으로 제공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드라마는 일단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성공했다.
1부가 지난 1일 전파를 탄 직후 트위터 등 SNS에는 드라마 캡처 이미지와 함께 첫 회의 제목이 인기 해시태그로 등장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잘 생긴 주인공들의 외모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군부가 이미지 쇄신을 위해 드라마를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쭐라롱껀대 예술학부의 대중문화 전문가인 빠사빗 분콩추엉은 "빠르게 인기를 잃어가는 군부가 이미지 쇄신을 위해 드라마를 동원했다. 현시점에서 그들에게 이미지 쇄신 작업이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 네티즌은 "드라마는 현실에 기반을 둔 것이다. 쿠데타는 국민의 권리를 짓밟고 국가 경제를 망치고 있다"며 이런 현실이 드라마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군부 최고 지도자인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쿠데타 이후 3년간 매주 금요일 저녁 시간 채널7에 출연해 국민에게 애국심과 단결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또 애국심을 강조하는 노래를 만들고 시를 쓰기도 한다.
그는 지난해 '태양의 후예'가 아시아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애국심과 희생을 강조한 드라마 내용을 언급하면서 "누구든 그런 드라마를 만들어 정부 관리들을 좋아하게 만든다면, 그리고 태국인들이 서로를 사랑하게 한다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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