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도 어렵다" 찜통더위 속 재소자 고통 '심각한 수준'

입력 2017-07-10 09:07  

"숨쉬기도 어렵다" 찜통더위 속 재소자 고통 '심각한 수준'

인권위 실태조사…꽉 막힌 과밀공간에 선풍기·급수도 제한 가동

작년 폭염 속 재소자 2명 숨져…인권 문제 넘어 의료·위생 문제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창문을 달아놓고선 열지도 못하게 고정해 놨다. (여름에)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다. 경험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혹서기 교도소나 구치소 수용자들의 건강권 침해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0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한림대 산학협력단(연구책임 주영수 의대 교수)이 최근 펴낸 '2016년 구금시설 건강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교도소와 구치소 수용자들은 6명 이상이 함께 생활하는 좁은 혼거실(混居室)에서 간간이 돌아가는 선풍기와 수시로 끊기는 수돗물에 의존하며 찜통더위를 고통스럽게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에서 수용자들은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열악한 의료환경에 관해 어려움을 토로한 가운데 의료 이용뿐만 아니라 여름철 '살인적인 더위' 때문에 고통에 시달린다는 호소가 특히 많았다.

한 재소자는 설문조사에서 "너무 더워서 어지럼증이나 구토증을 느끼고 쓰러지는 경우가 올여름만 해도 여러 번 있었다"며 "얼음이나 찬물 반입이 안 되고 뜨거운 물을 식혀 먹어야 한다"고 괴로움을 전했다.

다른 재소자는 "수용 거실에 물이 나오지 않고 선풍기마저 수시로 끈다"며 "열대야에는 사람들의 숨결로 데워진 공기로 숨쉬기가 곤란할 정도"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수용된 방마다 선풍기가 1∼2대 설치됐지만, 과열을 이유로 매시간 20분 안팎 가동을 중단하고, 특히 밤이면 열대야 여부와 상관없이 전기를 차단해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게 공통으로 언급된 어려움이었다.

물이 나오긴 하지만 단수 시간이 길어 괴로움을 가중한다는 호소도 많았다.





실태조사 연구진들도 직접 구금시설을 둘러본 결과 열대야가 지속할 경우 잠을 청할 수 없을 정도로 냉방 문제가 심각해 보였다고 판단했다.

실제 여름철 폭염 기간에 수용시설의 높은 실내온도는 건강권을 넘어 생존권 침해 문제로까지 대두한 상황이다.

작년 8월 부산교도소에서는 폭염 속에서 조사수용방에 격리된 재소자 2명이 열사병으로 잇따라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유가족들은 "몸이 성치 않은 이들이 40도가 넘은 조사수용방에서 부채와 샤워만으로 열을 식히지 못했고, 교도관이 이를 방치하는 바람에 숨졌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실태조사 정책제언에서 "구금시설 과밀화 문제는 냉방 및 급수 부족 문제와 맞물려 수용자들의 건강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정한 온도와 목욕 등을 위한 충분한 급수의 제공은 최소한의 인권일 뿐 아니라 여름철 감염 예방과 수용자의 건강관리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교정 당국이 수용자 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5월 25일 정부부처의 국가인권위 권고수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하면서 "기관별 인권침해 사건의 통계를 보면 경찰, 구금시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개선책 마련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요구에 맞물려 법무부는 구금시설의 인권침해 요인을 점검해 수용 환경 및 의료처우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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