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독일 공식방문 일정까지 포함해 4박6일간 문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모두 아홉 나라 정상과 양자회담을 했다. 지난달 말 3박5일의 미국방문에 이은 11일간의 '외교 대장정'이었다. 이를 통해 취임 58일 만에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 정상과 모두 개별 회담을 했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대처와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에 관한 깊이 있는 의견교환으로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도 '국정농단' 사태로 주요 국가들과 정상외교가 가동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4강 정상외교를 신속하게 복원하고 한반도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신뢰를 쌓은 것은 다행스럽다.
무엇보다 한미일 정상 만찬을 통해 대북공조를 재확인한 것은 가장 큰 성과로 꼽을만하다. 한미일 정상만찬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고 이튿날 공동성명까지 발표됐다. 평화적 해결의 원칙 아래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도록 유엔 안보리 결의 등을 통해 최대의 제재와 압박을 가하되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서면 '더 큰 당근'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간 한미일 정상이 8차례 회동을 했지만 공동성명까지 나온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가 그대로 담긴 공동성명을 통해 전통적 핵심 우방의 '3각 공조'를 세계에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도 호평을 내놓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혈맹'으로 표현하며 불만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에서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한 것도 주목할만하다.
그러나 미ㆍ일과 중ㆍ러의 신냉전 대치 구도가 굳어지는 듯한 국제정세는 앞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것 같다. 우리 측은 당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을 계기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G20 테이블에 올려 폐막성명에 담으려 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문제를 주로 논의하는 G20의 성격상 안보문제를 포함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이유를 들었다지만 한미일 공조가 강화된 데 따른 불편함이 작용한 듯하다. 한미일 공조가 강화되는 만큼 중ㆍ러의 연대도 세진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또 문 대통령이 시 주석이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과 개별 회담을 했지만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나 위안부 합의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해법이 도출되지 않은 것도 숙제로 남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외교를 통해 제재와 압박을 중시하는 미국과 일본에는 한미일 공동성명을 통해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고,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는 중국과 러시아에는 대북압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북한 핵·미사일 해법을 둘러싸고 전략적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4강의 틈에서 적극적 조정자 역할을 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밝힌 한반도평화정착 구상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G20 정상외교를 통해 거둔 성과를 활용하면서 한계를 극복하는 과제가 남았다. 미·일과 중·러의 신냉전 대결 구도가 격화되는 것은 국제정세의 큰 틀 속에 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더 노골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국제정세를 정확히 읽고 정교한 조율을 통해 통일외교정책을 펴나가는 혜안이 필요하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