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2018년 세제개편안 윤곽이 나왔다. 큰 방향은 왜곡된 소득의 재분배와 일자리 창출 지원에 맞춰졌다.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기준을 5억 원 초과에서 3억 원 초과로 낮추고, 각종 비과세·감면을 줄여 법인세 실효세율(법인 총소득 대비 납부세액 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 소득재분배 개편의 핵심이다. 상속·증여 자진신고 때 세금을 깎아주는 신고세액 공제율도 현재의 7%에서 3%로 낮추거나 없애기로 했다. 연말정산 때 국민주택규모(수도권 기준 전용 85㎡ 이하) 주택 임차인에게 월세의 10%를 공제하던 세액공제율을 2%포인트 높여주는 것도 검토된다. 카드 가맹점이 내던 부가세를 카드사가 내도록 하고, 폐업 자영업자의 소액체납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의 도입도 유력해 보인다.
일자리 창출 지원 세제개편안에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기업에 세제를 지원하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와 청년 정규직 근로자(15∼29세)를 전년보다 더 고용한 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는 청년고용증대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들어 있다. 두 제도는 올해 일몰이 도래하지만 기간을 연장하고 지원 규모도 확대하는 쪽으로 검토된다. 또 2011년 폐지됐던 고용증대세액공제도 부활할 것 같다. 이 밖에 소프트웨어 창업기업 법인세 유예 등 문 대통령 공약집에 담긴 일자리 창출 세제지원 공약이 구체화할지도 관심거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런 방향의 세법개편안이 국정과제에 포함돼 오는 13일 문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정부는 이달 말 새 정부 5년의 경제정책 방향과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한 뒤 일부 조율을 거쳐 8월 초 세제개편안을 공개한다. 이번 세제개편에서는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구간만 낮추고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이른바 3대 세목의 명목 세율은 손대지 않았다. 세수증대 효과가 크지만 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법인세 명목 세율 인상과 경유세 인상 시나리오가 담긴 에너지세개편 등은 올해 하반기에 구성될 조세·재정특별위원회(가칭)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 추진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정권 초기에 자칫 사회적 갈등을 빚을 수 있는 민감한 부분은 뒤로 미뤄놓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부터 개선해나가자는 뜻인 것 같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소득 양극화를 완화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기준을 3억 원 초과로 낮추더라도 최고세율을 새로 적용받는 납부자는 4만여 명에 그치고, 증세 효과도 몇천 억 원 정도라고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소득 양극화는 계속 나빠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에 속한다. 지난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소득은 5.6% 줄어든 반면 상위 20%(5분위) 가구의 소득은 2.1%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2019년 이후 적용될 세제개혁안에는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해 더 과감한 개선안이 담겼으면 한다. 새 정부 조세개혁의 틀을 마련할 조세·재정개혁특위는 소득 양극화 해소가 국민의 삶 개선과 직결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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