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위반' 심급마다 다른 판단…대법 '핵심 증거' 배척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임 기간에 국정원 직원들이 벌인 정치 관련 '댓글 활동'을 선거 개입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법원 판단이 조만간 다시 나온다.
원 전 원장이 2013년 6월 재판에 넘겨진 지 4년여 만이다.
검찰은 24일 열린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그에게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구형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사이버 심리전단을 통해 정치 활동에 관여하고, 국정원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2012년 대선 등 선거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각각 국정원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1심 재판부는 2014년 9월 원 전 원장의 혐의 가운데 국정원법 위반은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결론짓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문제가 된 국정원의 정치 관련 댓글·트윗 글이 정치 개입에는 해당하지만, 특정 후보의 당선이나 낙선을 위한 선거 개입으로는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원 전 원장이 대선 당시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고, 선거일에 가까워질수록 트윗이나 리트윗 건수가 뚜렷이 줄어든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그러나 1심 판단은 2심에서 뒤집혔다.
2심은 검찰이 제출한 국정원 직원들의 트윗·리트윗 글을 1심보다 폭넓게 인정하면서 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3년의 실형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2012년 8월 이후에 선거 관련 글이 압도적으로 늘어난 점 등을 선거 개입 인정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선거법 위반을 유죄로 인정한 2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심이 유죄 판단의 핵심 증거로 삼은 국정원 직원의 이메일 첨부 파일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으며 사실관계를 다시 따지라는 취지였다. 다만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유·무죄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
대법원이 문제 삼은 직원 김모씨의 이메일 첨부 파일 '425지논'과 '씨큐리티' 파일에는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이버 활동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 269개와 비밀번호, 심리전단 직원들의 이름 앞 두 글자를 적은 명단, 활동 내용 등이 담겼다.
대법원은 이 파일이 형사소송법상 '전문(傳聞)증거'라는 이유로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전문증거란 체험자의 직접 진술이 아닌 간접 증거를 말하며, 증거로서 가치인 증거능력이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형소법 313조 1항은 전문증거의 경우 작성자가 직접 법정에 나와 자신이 작성한 것임을 인정해야 증거능력을 인정하게 돼 있다.
국정원 직원 김씨는 1심 법정에서 이 파일이 자신이 작성한 것인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진행된 파기환송심에 나와서는 증언을 거부했다. 끝내 이 첨부 파일들을 자신이 작성했는지 확인해주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의 결과는 재판부가 문제의 첨부 파일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느냐에 달려 최종 결론이 주목된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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