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일정 없이 청와대서 숙고…野 3당, 인사·추경 연계 배수진
11일부터 송·조 임명 가능…文대통령 결심에 정국 향배 달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김승욱 기자 = 한·미 정상회담부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이어진 마라톤 외교를 마치고 10일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산적한 국내 현안을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당장 눈앞에 닥친 현안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로 출국하기 전 10일까지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으나 이날 보고서가 채택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국회가 이날까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경우 문 대통령은 11일부터 두 사람을 장관에 임명할 수 있다.
그러나 야 3당은 두 사람의 임명 여부를 추가경정예산안 통과와 연계해 배수의 진을 치고 맞서는 중이다.
7월 국회가 공전할 경우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 중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경안의 국회 통과 역시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일자리 추경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적어도 7월 국회에서는 통과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보다 늦춰질 경우 사실상 올 하반기 집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보수야당은 두 사람을 임명하면 7월 국회는 개점휴업할 것임을 공언하면서 송영무·조대엽 후보자의 자진사퇴 또는 지명철회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에 더해 장관 임명과 추경안 처리를 별개로 진행하기로 했던 국민의당 마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이른바 '머리자르기' 발언을 구실로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독일로 떠나기 전보다 국회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한 셈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송영무·조대엽 후보자에 대해서는 양론이 있다.
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 등이 충분히 해명되지 못하면서 당내에서도 부적격 판단을 내리는 인사들이 있으나, 당 차원에서는 장관 임명이 불가할 정도의 결정적 하자가 드러난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보인다.
이와 함께 추경·정부조직법 등 현안을 풀어가야 하는 입장에서 두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야 3당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말도 당 안팎에서 들린다.
야당에서는 여당이 두 후보자 중 한 명은 낙마시킬 수 있다면서 야권의 의중을 타진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다만, 야 3당의 구체적 입장이 다르고 특정 후보자를 낙마시킨다고 해도 국회 정상화가 담보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둘 중 한 명 낙마'는 고려 사항이 아니라고 여권 관계자들이 전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한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경우 다른 문제가 통과될지도 면밀히 봐야 하는데 그것도 확실치 않다"면서 "다른 것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통과시키지 말자고 주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고위 당·정·청 회동을 통해 여당 내 복합적인 기류 및 야당의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이 귀국한 만큼 문 대통령의 최종적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도 문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동안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정무라인을 총동원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묘수를 찾지 못했다.
일단, 청와대는 두 후보 중 어느 한 후보의 지명을 철회하는 방안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당에서는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해 이런 저런 구상을 하거나 제안도 해볼 수 있겠지만, 청와대 공식입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서도 문 대통령 출국 이후 국회 상황이 더 악화한 만큼 국면 전환을 위한 카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출국 이후 상황이 바뀌었고 국민의당 마저 저렇게 돼서 여당이 새로운 카드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하면 대통령께서도 고심을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청와대와 여당 모두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의 결단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장관 후보 두 사람과 일자리 추경 모두 문 대통령으로서는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카드로 보인다. 이날 외부일정을 모두 비우고 장고에 들어간 문 대통령이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