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LA 131년만에 최고 기온…유럽은 지난 5월부터 이상고온 현상
"기후변화 따른 지구온난화가 직접적 원인"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때 이른 찜통더위에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애리조나 주(州) 등 미국 남서부 지역은 연일 기록을 경신하는 살인적 폭염과 폭염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산불까지 덮치면서 신음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등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 도심 낮 최고기온은 화씨 98도(섭씨 36.7도)로 측정돼 131년 만에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LA 서부 버뱅크와 팜데일·우드랜드힐스도 같은 날 각각 화씨 105도(섭씨 40.6도), 화씨 110도(섭씨 43.3도)를 기록해 이전 최고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애리조나주의 최대 도시 피닉스의 수은주도 이날 화씨 100도(섭씨 37.8도)를 넘었다.
40도가 넘는 기록적 폭염이 덮친 미국 남서부 지역은 이 밖에도 수두룩하다.
지난달 18일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평균기온은 화씨 106도(섭씨 41.1도)로, 75년 만에 가장 더웠다.
애리조나주 피닉스도 같은 날 화씨 120도(섭씨 49도)까지 기온이 올라가 미국 아메리칸항공은 이용객들에게 피닉스행 항공편의 이용을 피해달라고 권고하며 예정된 40편의 항공기 운항을 취소했다.
지구에서 가장 더운 곳 중 하나로 손꼽히는 미국 네바다주의 데스밸리(Death Valley)는 최근 기온이 화씨 126도(섭씨 52도)로 올라갔다가 극한 체험을 해보려는 관광객들이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지난 5월부터 이상 고온 현상이 시작되며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지난달 포르투갈 중부 레이히아 주(州) 지역에서 폭염과 마른 뇌우가 원인으로 알려진 산불이 발생해 최소 62명이 사망하고, 60여 명이 다쳤다.
하지만 산불 때문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포르투갈은 여전히 40도를 맴도는 기온과 건조한 공기 때문에 신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근 국가인 스페인은 수도 마드리드가 지난달부터 40도가 넘는 가마솥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기온 변화가 크지 않은 영국도 이상 기온으로 태국보다 평균기온이 높은 기현상이 목격됐다.
영국은 지난달 런던 서부 수은주가 섭씨 34도로 치솟아 1976년 6월 28일 영국 남동부 사우샘프턴에서 기록된 35.6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또 지난달 말에는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5일째 계속돼 국가비상 상태보다 한 단계 아래인 폭염 경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지구촌 곳곳에 폭염이 덮치면서 지난달 평균기온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영국은 1976년 이후 가장 더운 6월을 보냈고, 네덜란드는 관측 사상, 스위스는 1864년 이후 가장 뜨거운 6월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폭염의 주범이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기후변화라고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기후변화 영향을 분석하는 다국적 연구단체 WWA(World Weather Attribution)는 "이달 기록적인 폭염이 인류가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분명하고도 강력한 연관이 있음을 발견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지난달 발표했다.
WWA에 따르면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이런 기후변화의 강도 및 빈도는 프랑스와 스위스, 네덜란드, 영국 중부지방에서 예년보다 최소한 4배에 달했고,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경우에는 무려 10배에 이르렀다.
WWA는 이런 기후변화가 태양의 변화나 기타 자연적 요인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만들어내는 온실가스 배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UC어바인) 연구팀도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인간이 야기한 기후변화가 살인적 폭염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연구를 게재했다.
연구는 인도나 열대 개발도상국의 평균기온이 섭씨 0.5도가 오르면 폭염에 따른 사망자가 146% 증가한다는 예측치를 제시하며 폭염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가난한 국가들에 집중될 것이라는 내용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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