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소송 마라" 필립모리스, 국가투자자분쟁해결 믿다 낭패

입력 2017-07-10 11:51  

"함부로 소송 마라" 필립모리스, 국가투자자분쟁해결 믿다 낭패

'무광고 포장'법 소송 패소…호주정부 소송비 440억원 내놓아야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담배 '말버러'(Marlboro) 제조사인 필립 모리스가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를 믿고 호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가 최대 440억 원의 상대 소송비용마저 부담하게 됐다.

필립 모리스로서는 고집스럽게 밀어붙인 6년 간의 장기 소송에서 패한 값비싼 결과다.






필립 모리스는 호주정부와의 분쟁을 둘러싼 소송과 관련, 지난 주말 싱가포르 국제법원으로부터 호주정부가 쓴 법률 비용을 부담하라는 판결을 받았다고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가 10일 보도했다.

신문은 호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호주정부가 받아낼 비용이 최고 5천만 호주달러(440억원)라고 전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1년 호주 노동당 정부가 담뱃갑에 단순히 브랜드 이름과 흡연 경고 그림만 넣는 '무광고 포장(plain packaging)'법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 것이 계기가 됐다.

글로벌 담배제조업체들은 이 법 제정에 강하게 반발했으며, 필립 모리스는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 조항들을 이용해 호주정부를 상대로 장기간의 소송전에 돌입했다.

필립 모리스 아시아는 호주 법원에서 끝내 패소하자 포기하지 않고, 홍콩-호주 간 투자협정의 모호한 조항을 거론하며 싱가포르 국제법원에 다시 제소했다.

무광고 포장법을 폐기하거나 미화로 최소 42억 달러(4조8천400억 원)를 배상하라는 게 필립 모리스의 요구사항이었다.

하지만 싱가포르 국제법원 측은 지난 2015년 필립 모리스 측의 "권리 남용"이라며 호주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싱가포르 국제법원은 이 판결 후 최근에는 필립 모리스 측에 호주정부가 쓴 법률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판결을 추가했다.

필립 모리스는 호주정부가 주로 공무원들로 구성된 법률팀을 이끈 점을 고려하면 요구 비용이 과도하다며 특히 캐나다(52억 원)와 미국(35억 원)에서 진행된 유사 소송의 요구액보다 훨씬 많다고 호소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광고 포장법을 입안할 당시 호주 재무장관이었던 웨인 스완은 "정부가 쓴 법률 비용이 약 5천만 호주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호주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해당 법률이 싱가포르국제법원 판결에 의해 뒷받침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스완 전 장관은 또 특정 공익사업을 위해 사적 재산권을 법률로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 외국 기업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가능하게 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의 조항들에 문제가 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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