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 "'B급' 기증 신장도 이식하면 생명·건강에 큰 도움"
美 대기자 10만명, 기다리다 매일 13명 사망…기증 신장 20% 폐기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기증된 신장이 부족해 몇 년을 기다려도 신장을 이식받을 수 없어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있으나 기증된 신장 가운데 20%는 폐기되는 현실을 시급하게 개선해야 한다."
의학매체 메디컬뉴스투데이 등에 따르면, 미국 컬럼비아대학 메일맨 보건대학원 서밋 모헌 교수 팀은 환자에게 이식하면 생명을 구하고 건강한 삶을 누리게 할 수 있는 신장이 단지 '최상의 품질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매우 많이 버려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세계적으로 장기기증이 매우 활발한 나라인 미국에서 올해 상반기 신장 기증 수는 총 6천99건이다. 이 가운데 산 사람의 기증은 37%이고 나머지는 사자의 장기다.
반면 신부전증 등으로 신장이식을 받으려 등록하고 대기하는 사람은 현재 9만7천여 명이다. 이식받기까지 3~4년 이상 기다리는 게 보통이며, 그사이에 사망하는 사람이 매일 13명이다.
그런데도 미국 기증 신장의 약 20%는 폐기되고 있다. 상처가 있거나 생체검사에서 이런저런 문제가 드러나 품질이 '최고로 적합한 상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모헌 교수팀은 폐기되는 신장 가운데 일부는 진짜 폐기되어야 할 것이지만 많은 경우 이식하면 죽어가는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고통 속에 신장투석을 받으며 누워 있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쓸만한' 신장이 매우 많다고 지적한다.
연구팀은 2005~2009년 컬럼비아대학 부속병원에서 시행된 신장 이식수술 975건을 추적 조사했다.
이 가운데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기증받은 신장을 이식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신장의 손상 여부와 무관하게 91%에 달했다,
사망한 기증자에게서 받은 '최적 품질' 신장을 이식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85%로 이보다 조금 낮았다
살아있는 기증자는 적도 등 각종 검사를 사전에 받는데 데다 장기 적출과 보존, 운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낮아서다
그런데 최상급이 아닌 차상급 신장을 이식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이 73%나 됐다.
더욱이 8년 생존율의 경우 최상급 신장은 62%, 차상급 신장은 53%로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는 상당히 놀라운 일이라면서 이식하기에 적합한 신장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현행 방식과 기증 장기의 배분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에서 신장 투석을 받는 환자의 5년 생존률은 35%에 불과하다.
모헌 교수팀에 따르면, 현재 의사들이 신장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판단할 때 생체검사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 통상 병리학자가 기증된 신장의 생체검사를 맡는데 이들은 각 장기 품질의 복잡미묘한 검토를 수행할 전문적 능력은 없다는 것이다.
또 생체검사 결과는 어느 부위에서 조직 샘플을 떼어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조직 샘플 냉동과정 등이 현미경 검사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모헌 교수팀은 생체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참조하되 이식 전문 의사들이 기증자 나이 성, 인종, 의료기록 등까지 모두 포함해 집중 검토한 뒤 이식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지금보다 9~10배 더 제대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기자들을 무작정 기다리며 고통받고 사망하게 하기보다는 최상급이 아니어서 생존율이 좀 떨어지지만, 생명연장과 건강회복 가능성이 꽤 큰 차상급 신장을 선택할 권리를 주는 방식으로 기증 장기 배분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신장학회지'(JASN) 최신호에[http://jasn.asnjournals.org/content/early/2017/07/05/ASN.2016121330] 실렸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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