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남북한·주변 강대국들의 입장·해법 분석…"속셈·방정식 제각각"
(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 북한 문제가 세계에서 가장 끔찍한 분쟁이 되고 있는 한 가지 이유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주변 강대국들의 속셈 방정식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미국 AP 통신은 10일 자사 특파원들을 통해 지난 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 발사 성공으로 초래된 대치 국면을 바라보는 각국의 속셈과 입장을 알아봤다.
◇ 북한(에릭 탈마지 평양지국장)
북한은 요구사항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북한 지배체제 입장에서는 자신의 생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이를 위해 미국이 북한 붕괴를 목적으로 하는 '적대적 정책'을 포기하기를 북한은 바라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북한은 현재 휴전 상태인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기 위한 평화협정 체결과 이를 위한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평화협정 체결은 곧 국교 수립과 불가침협정 체결로 이어져야 한다. 과도적으로는 미국이 한국과 매년 하는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
북한은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통일을 바라고 있다. 그래서 주한미군 철수와 민족 운명의 자주적 결정권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비록 요구사항 달성이 몹시 어렵고 갈수록 가능성이 멀어져 보이지만 북한은 이런 요구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 한국(포스터 클루그 서울지국장)
한국의 궁극적인 소망은 명백하다. 바로 한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이다. 물론 문제는 북한도 똑같은 야심을 품고 있다는 점이며 이로 인해 지난 70여 년간 적개심과 유혈사태가 이어져 왔다.
단기적으로 한국의 희망 사항은 누구에게 질문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서울 거리에서 군복과 군화 차림으로 북한 독재자의 인형을 화형에 처하는 나이가 든 세대의 목표는 지난 2015년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 대사 얼굴을 칼로 그은 친북 세력과 같지는 않다.
지난 10년간 강경 보수 정권의 통치가 끝난 뒤 이번에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하고 관여(Engagement) 정책을 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어려워 보인다.
한국인들은 북한의 도발을 불편하게 여기고 있지만, 세계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하면 북한의 남한 궤멸 위협에 대한 우려의 정도가 훨씬 낮아 보인다. 한국인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경제 발전이다.
◇ 미국(로버트 번스 국방부 출입 국가안보 전문기자)
동맹국인 한국 방어와는 별도로 미국의 최대 주안점은 한반도의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며 이는 곧 북핵 제거를 의미한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지난 1991년 9월 남한의 모든 전술핵 철수를 발표하면서 한반도 핵무기 제거 작업을 개시했다. 그러나 북한은 핵 야욕을 고집할 뿐 아니라 최근 비핵화의 문을 걸어 잠그고 핵 개발 프로그램을 가속화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본토를 가격할 수 있는 북핵 개발을 중단시키는 것이 미국의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으며 이미 북한 단거리 미사일 사정권 안에 들어간 한국과 일본 방위를 위해서도 사태가 긴급하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 양보의 대가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거나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중국과 러시아의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핵 문제가 더 시급하기 때문에 한국전쟁 휴전협정을 끝내기 위한 협상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 중국(크리스토퍼 보딘 베이징 특파원)
북한의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 불리는 중국은 북한 도발 억제에서 다른 그 어떤 나라보다 더 커다란 압력에 직면하고 있지만, 북핵 대치 상황을 장기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주최하면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던 10여 년 전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관련국이 6자회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가능성은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중국은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 구상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북·중 관계가 한겨울에 들어간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며 북한의 도발은 경쟁국인 미국과 일본을 자극해 중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 지도자들 입장에서는 북한 붕괴의 불안감이 훨씬 더 끔찍하게 다가온다.
yskw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