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 코 앞인데 모란·칠성시장 '썰렁'

입력 2017-07-10 17:16  

초복 코 앞인데 모란·칠성시장 '썰렁'

모란시장 식용견 업소 15곳 도축 중단…대구 보신탕 골목도 절반 폐업

개 식용 반대 여론에 설 자리 잃어…"업종 전환으로 활로 모색"

(전국종합=연합뉴스) "점심때가 됐는데 아직 개시도 못 했어요. 개고기 팔아 이윤을 남기던 시절은 다 끝났다고 봐야죠."

초복을 이틀 앞둔 10일 한때 전국 최대 식용견 유통 시장으로 유명했던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 식용견 점포 거리를 찾았지만 오가는 손님이 별로 없어 썰렁했다.






종일 장맛비가 오락가락 내린 탓도 있지만, 개 식용 반대 여론에 떠밀린 개고기 유통상인들이 지난해 12월 성남시와 업무협약을 맺어 개 보관장(케이지)을 자진 정비하고 살아있는 개를 보관하거나 전시·도살하지 않는 대신 도축한 개고기만 팔기로 해 판매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협약 이후 모란시장 내 개 판매 업소 22곳 중 15곳은 볼썽사나운 개 보관장을 모두 치웠다.

시장에서는 '개 짖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고, 시장에 들어설 때마다 코를 자극하던 특유의 악취도 확 줄었다.

궂은 날이면 개를 비롯한 가축 분뇨 냄새와 도축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냄새가 심하게 코를 자극하던 종전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다.

하지만 시와 협약을 거부한 7개 식용견 업소는 여전히 가게 앞에 개 보관장을 설치해놓고 있는가 하면 가림막을 친 뒤쪽 구석에서 개를 도축하고 있다고 한 건강원 상인은 귀띔했다.

점포 앞에 설치한 우리에 살아있는 개를 넣어놓고 이를 도축한 뒤 판매하는 이들 상인은 "다른 곳으로 수평 이동해 영업할 수 있게 대체부지를 제공하고 영업손실에 대해 보상해 달라"고 요구하며 시의 식용견 점포 정비 방침에 맞서고 있다.

모란시장 내 개고기 영업은 3년 전쯤부터 점차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장사가 잘 되던 때엔 복날을 2∼3일 앞두면 평소보다 10배가량 매출이 늘었는데 요즘은 찾는 손님조차 손에 꼽을 정도라고 상인들은 하소연했다.






호황기 시절엔 점포 한 곳당 10마리씩 하루 평균 220여 마리의 식용견을 팔았는데 요즘은 1∼2마리 팔기도 쉽지 않다.

이날 시장에서는 식용견 한 마리에 1근(600g)당 5천500∼6천원의 가격이 매겨지고 부위별로 손질된 고기는 1㎏당 1만8천원의 시세가 형성돼 있었으나 실제 이를 사려는 고객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한 건강원 업주는 "초복에 팔려고 손질된 개고기 100㎏을 들여놨는데 겨우 30∼40㎏ 나갔다"며 "오늘처럼 비 오는 날에는 일을 쉬는 사람들이 몸 보신한다고 많이 사러 왔었는데 요즘엔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썰렁한 분위기를 전했다.

점심 무렵 대구 칠성시장에 있는 보신탕 골목은 무더운 날씨인데도 다소 한산해 보였다.

길이가 50m 남짓한 이 골목에는 현재 식당 10여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

대부분 보신탕과 개고기를 함께 팔고 있지만, 예전보다 가게 숫자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10년 넘게 장사를 했다는 A 씨는 "오늘 점심에는 그래도 손님이 좀 다녀갔다. 무더위를 이기거나 수술 후 몸 회복 등을 위해 찾는 손님은 꾸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골목의 식당들도 찾아오는 손님이 예전 같지 않아서 걱정이 크다.

식당 주인 B씨는 "옛날에 장사가 잘 될 때는 하루에도 개 수십 마리를 팔았다"며 "요즘은 날씨가 몹시 더워도 하루 10마리 팔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직장인들도 예전처럼 복날에 드러내 놓고 보신탕집을 찾기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공무원 C씨는 "요즘은 반려동물이 일반화하고 있어서 예전처럼 복날에 보신탕집 가자는 말을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중장년 동료끼리 이심전심으로 남몰래 다녀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모란시장 개고기 판매 상인들은 성남시의 업종 전환 및 환경정비 지원에 기대하며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모란시장 가축상인회 김용복 회장은 "9월 말이나 10월 초면 경기도 지원으로 11t 트레일러를 개조한 이동식 도축차량이 모란시장에 지원된다"며 "가축 상인들이 협동조합을 꾸려 운영하면서 개를 제외한 염소, 닭, 오리를 합법적으로 도축해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고기 음식문화는 우리 전통인데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며 "올가을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해 손님을 맞겠다"고 말했다.

충남 아산에서 식용견 200여 마리를 사육하는 농장주 D 씨는 "한국에서의 개 식용은 개가 반려동물로 인식되기 오래전부터 내려온 전통 음식문화"라며 "개 식용 합법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개를 반려동물이 아닌 가축으로 규정하는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 개를 식용과 애완견으로 따로 분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의 개 식용 반대 움직임은 복날을 전후해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 등은 지난 9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개고기 식용에 반대 행사를 열고 개 식용 금지와 개농장 철폐 등을 촉구했다.

케어는 성남시와 모란 가축시장 일부 상인들 사이의 팽팽한 견해차로 시장 내 불법 개 도살 행위가 여전하다며 이번 주 해당 상인들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은중 김용민 이우성 기자)

gaonnu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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