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희소병 아기 연명중단 결정 재심 13일 결정

입력 2017-07-11 02:28  

英 희소병 아기 연명중단 결정 재심 13일 결정

고법 판사 "결정 번복하면 기쁘겠다…강력한 새 증거 있어야"

아이 엄마 "가능성 10%다. 당신 아들이라면 하지 않겠느냐" 호소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생후 11개월에 연명치료 중단 판결을 받은 희소병 환아 찰리 가드가 실험적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고등법원 니콜라스 프란치스 판사는 10일(현지시간) 찰리 가드에 대한 심리에서 찰리의 부모에게 실험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12일까지 법정에 제출토록 요구하면서 그 다음날 심리를 다시 열겠다고 밝혔다.

다만 프란치스 판사는 지난 4월 자신이 내린 결정을 바꿀 수 있다면 "기쁘겠다"면서도 "강력하고 새로운" 증거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찰리 부모의 변호인은 미국 의사가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10%인 실험적 치료를 제안했다며 연명중단 결정 번복을 요청했다.

찰리의 엄마 예이츠는 판사에게 "10%다. 당신 아들이라면 하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이에 프란치스 판사는 뇌 손상을 포함해 회복 가능성이 10%라면 상당한 것이고 13일 심리에서 고려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심리는 찰리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커지자 찰리를 치료한 런던 소재 그레이트오몬드스트리트병원(GOSH)이 재심을 요청해 열린 것이다.

GOSH 측 변호인은 이날 심리에서 찰리 부모 측이 얘기하는 "새로운 연구(치료)"는 지난 4월 재판에서도 고려됐던 치료로서, 완전히 실험실 차원에서, 찰리에게 있는 뇌 손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직 근육에만 문제가 있는 환자들에게만 관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제안된 실험적 치료를 "정당화할 수 없는" 것으로 표현하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그럼에도 GOSH 측은 찰리를 살리자는 여론이 거세게 일자 지난 7일 "국제적인 병원 두 곳에서 그들의 실험적 치료와 관련한 새로운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알렸다"면서 재심을 요청했다.

◇ '찰리를 살리자' 물결

지난해 8월 출생한 찰리는 세계에서 단 16명만 앓고 있는 희소병인 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MDS) 진단을 받았다. RRM2B로 불리는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세포들이 근육들과 뇌가 기능할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희귀질환이다.

현재는 심각한 뇌 손상을 입어 눈을 뜨지 못하고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한다. 자력으로 숨을 쉬지도 못한다. 심장, 간, 신장 등도 영향을 받은 가운데 찰리의 의사들은 찰리가 고통을 느끼는지 확실치 않다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작년 말 미국의 한 병원이 찰리에게 '뉴클레오시드 치료'(nucleoside therapy)로 불리는 실험적 치료를 제안했다.

찰리의 부모는 미국에서 이 실험적 치료를 받기 위해 크라우딩 펀딩으로 130만파운드(약 19어원)을 모금했다.

하지만 GOSH 의사들은 지난 3월 고법에 찰리의 연명장치 중단을 허용해달라는 결정을 요청했다.

의사들은 찰리에게 뉴클레오시드 약물치료를 포함해 다양한 치료를 시도해봤지만, 어느 하나 효과가 없었다면서 실험적 치료를 제의한 미국 의사도 뉴클레오시드 치료가 찰리의 뇌 손상을 고치진 못한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했다.

지난 4월 프란치스 판사는 생명연장 중단을 결정했다. 이 무렵 찰리의 뇌 손상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찰리 부모는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도 뜻을 이루지 못했고, 유럽인권재판소(ECHR) 역시 개입을 거부했다.

이후 교황청이 "교황은 찰리의 부모를 위해 기도하고 있고, 찰리의 끝이 올 때까지 옆에서 보살피고 싶어하는 부모의 바람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우리 영국 친구들과 교황의 의지대로 우리가 찰리를 도울 수 있다면 기쁘겠다"고 가세했다.

영국에서 35만명이 찰리가 미국으로 가서 실험적 치료를 받게 해달라는 청원에 서명했다.

하지만 영국 왕립보건소아과학회(RCPCH) 니나 모디 학회장은 이날 공개 서한을 통해 "가족, 찰리를 치료한 의사들, 관련된 법전문가팀만이 찰리의 상황과 관련한 복잡한 쟁점들의 세부내용을 알고 있다"며 "우리와 의견을 말하는 모든 이에겐 알려지지 않은 이 쟁점들은 어떤 결정에 이르더라도 매우 신중하게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게 바로 선의에 상관없이 외부 기관들이나 개인들의 개입이 도움되지 않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모디 회장은 "희망이 없거나 감당불가능한 고통을 느끼거나 시한부인 상황에선 초점은 고통없고, 존엄있는, 가족이 지켜보는 임종을 확실히 하는 쪽으로 옮겨진다"

고 영국 의료진의 결정 과정을 설명했다.

옥스퍼드대 윤리 전문가인 줄리안 새블레스크 교수는 "실험적 치료가 처음 고려된 이래 6개월 이상 지났다. 지금 찰리의 뇌 손상이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 실험적 치료가 보장될지는 여하한 의미 있는 삶이 가능하다는 기대가 있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ju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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