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그룹총수 간담회, '투자→상생협력' 의제 이동

입력 2017-07-11 10:41   수정 2017-07-11 10:45

대통령-그룹총수 간담회, '투자→상생협력' 의제 이동

文정부 '동반성장론'에 부응…'대기업 횡포' 비판 여론도 의식

상의 간담회, 삼성 '공정거래 펀드' 등 사례 발굴 등 논의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정성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들의 첫 회동에서는 과거 정부에서 주요 의제였던 대기업의 투자·고용 확대보다는 동반성장 방안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들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필두로 '대기업 횡포'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이어지고 기업의 사회적 기여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재계에서도 이에 적극적으로 화답하려는 분위기가 읽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1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15대 그룹 대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 회동에서 기업의 사회적 기여 방안이 핵심 의제가 돼야 한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인 '동반성장론'과 관련해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협력 사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이와 관련한 계획을 계속 발굴해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를 전후로 발표하자는 것이다.

특히 최근 대기업 횡포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하는 것과 관련해서 대기업과 협력업체들과의 공정거래 관행을 만들자는 제안도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근 상의 상근부회장은 간담회 이후 브리핑에서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의 간담회에서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문제와 동반성장·상생협력과 관련된 그룹별 사례를 전파하는 쪽으로 의제를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그룹) 같은 경우 2차, 3차 협력업체들에도 공정거래 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펀드를 조성해서 지원하는 사례 등이 준비돼 있으며, 이를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개했다.

이는 과거 정부에서 열렸던 대통령과 그룹 총수간 간담회에서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고용을 통해 경제성장에 기여하겠다'는 약속을 반복하던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기업의 사회적 기여와 동반성장도 논의됐지만 이는 선언적인 차원에 그쳤을 뿐 주로 투자·고용에 의제가 집중되면서 '성과주의' '보여주기식'이었다는 비판이 나온 데 대한 반성인 셈이다.

실제로 직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번째 대기업 총수회동에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투자와 일자리를 최대한 더 늘려서 우리 경제를 튼튼히 하는 데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앞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함은 물론 투자와 고용에도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번째 대기업 총수 간담회에서는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가 '투자'라고 외치면 '일자리'로 답해달라'는 건배사를 즉석 제안하고, 참석 기업인들이 이를 따라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동근 부회장은 "과거와 같이 투자나 고용 계획을 (그룹별로) 일괄적으로 받아서 발표하는 형식은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대신 기업별, 그룹별로 동반성장, 상생협력과 관련된 좋은 사례를 각자 준비해서 필요한 경우 발표하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huma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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