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군의 아프간 'X파일'…민간인·어린이 살해 드러나

입력 2017-07-11 10:57  

호주군의 아프간 'X파일'…민간인·어린이 살해 드러나

공영방송, 기밀문서 폭로…아프간 당국, 협력 중단 항의도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서방 연합군으로 참가한 호주 정예 특수부대원들이 비무장 남성들과 아이들을 살해하는 일들이 종종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아프간 당국과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호주 공영 ABC 방송은 11일 호주 특수부대원들의 아프간 비밀작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수백 쪽의 기밀문서들을 입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들 자료의 상당 부분은 2009년부터 2013년 사이 반군 조직원뿐만 아니라 비무장 민간인 남성들과 아이들을 사살한 일 등 최소 10건의 사례를 다루고 있다.

특히 2013년 9월 발생한 두 건 등 몇몇 사례는 호주군이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호주 특수부대원들이 한 주택을 급습하면서 한 남성과 그의 6살 아들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일 있다. 또 호주군에 억류된 한 사람이 호주 병사의 총에 맞아 숨졌는데, 당시 피살자가 총기를 빼앗으려 했다고 군 측은 주장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이들 사건 이외에도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한 남성이 호주군에 사살됐으며 인근의 여성 보행자 한 명도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아프간 당국은 호주군의 비무장 민간인 살해에 대한 불만이 고조됐고 호주군과의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들 문서에는 이 밖에도 사망한 탈레반 조직원들의 손을 절단한 일과 같은 악명높은 사례도 소개돼 있다.

특히 2012년에 발생한 2명의 민간인 살해와 관련, 이듬해에는 표적이 된 아프간인들을 향해 총격하기 전 상대가 적대 행위에 직접 가담했다는 확신이 들어야 한다는 기준이 만들어졌지만, 이마저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처럼 아프간 비무장 민간인들에 대한 살해가 이어지면서 호주군 고위층에서는 특수부대 문화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2014년의 한 문서에는 '전사 문화'(warrior culture)를 포함하는 조직 문화, 악행에 눈을 감는 장교들의 행태 등 특수부대 내 뿌리 깊은 문제들도 언급됐다.

또 호주군 병사들 사이에 '무감각'이나 '가치의 혼돈' 상태, 아프간전에 참전한 특수부대 간 갈등도 지적됐다.

이번 문서에 나온 것 이외에 호주군 병사들이 2008년 부근에 로켓포탄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을 향해 쏘아 어린이 한 명을 숨지게 하거나, 한 병사가 반군을 절벽 아래로 밀고 난 뒤 총을 싸 살해한 일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 사건은 현재 1년 이상 호주군의 조사를 받고 있고 법원에서도 다뤄지고 있다. 하지만, 사건 특성상 증거 수집이 쉽지 않아 진실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전했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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