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고위관리 부패 스캔들 연루된 부동산업체 변호 경력
"'힐러리 X파일' 미끼로 접근해 대러제재 풀 기회 노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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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해 대선 기간에 만난 러시아 여성 변호사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는 정관계 로비스트로 알려졌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타임 등에 따르면 과거 여러 러시아 국영 기업들의 변호를 맡았던 베셀니츠카야는 2003년 법률회사 '카머턴 컨설팅'을 설립한다.
그의 고객 가운데는 러시아 부동산 기업 '프레베존 홀딩스'의 대표이자 모스크바시 교통 장관을 지낸 데니스 카치프도 있었다.
카치프의 아버지는 러시아 국영 철도 회사 부사장으로, 러시아에서 가장 돈이 많은 공직자 중 한 명이다.
특히 프레베존 홀딩스는 미국과 러시아간 갈등으로 비화된 2억3천만 달러(약 2천644억원) 규모의 러시아 조세 사기 스캔들과 관련돼 있다.
영국 투자펀드 허미티지캐피털의 모스크바 사무소에서 일하던 러시아인 변호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는 2008년부터 자국 검찰과 경찰, 판사, 세관원 등 고위공무원들이 연루된 이 비리사건을 파헤치다 탈세 방조 혐의로 기소돼 조사를 받던 중 2009년 11월 모스크바 구치소에서 고문으로 숨졌다.
러시아는 이를 부인했지만, 미국은 2012년 '마그니츠키 법'을 제정, 마그니츠키 사망과 관련된 러시아 관리는 물론 그 가족과 친척에게도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도록 했다.
이에 러시아는 미국인의 러시아 아이 입양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대미인권법 제정으로 보복했다.
이후 미국 정부는 이 법률을 근거로 2013년 프레베존 홀딩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회사가 해당 조세 사기로 빼돌린 돈 가운데 1천400만 달러(약 161억원)를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했다는 이유였다.
베셀니츠카야는 지난해 이 사건의 변호인단에 합류했고, 올해 5월 프레베존이 600만 달러(약 69억원)에 합의를 보면서 해당 소송은 일단락됐다.
베셀니츠카야는 이 사건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마그니츠키 법' 폐지와 현재 미 의회에서 추진 중인 유사 법률의 추가 제정을 막기 위한 로비 활동을 벌였다.
베셀니츠카야는 지난해 이를 위한 한 단체를 세우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단체의 대표는 러시아인 리나트 아흐메친으로 워싱턴에서 러시아군 총정보국(GRU)을 위해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셀니츠카야가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지 2주 후인 지난해 6월 9일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주니어를 만난 것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마그니츠키 법' 폐지를 로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뉴스위크는 분석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베셀니츠카야와 트럼프 주니어의 만남이 러시아 측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로 약속하면서 성사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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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트럼프 주니어는 성명에서 "당시 베셀니츠카야가 러시아와 관련된 몇몇 개인들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에 자금을 대고 있다는 정보를 언급했지만, 너무 모호했고 구체성이 없었으며 전혀 논리적이지도 않았다"면서 "무의미한 정보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베셀니츠카야가 대화 주제를 러시아 아동 입양과 마그니츠키 법안으로 돌렸다며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주겠다는 이야기는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한 구실이었으며 실제로는 이 문제를 논의하려 한 것이 확실했다"고 말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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