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국회존중' 협상 명분 얻어…국회 정상화 최종담판
중진 간담회서 "국민의당과 충돌 가라앉혀야"…宋·趙 거취도 "적절한 조처"
'1명만 낙마' 제안설엔 "사실 아냐…野 얘기 들어보는 과정"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서혜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11일 청와대에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연기를 요청하면서 국회 정상화 협상을 위한 최종 담판에 돌입했다.
이날 청와대가 두 장관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추경과 정부조직법 합의 처리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국회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고육지책'을 꺼내 든 셈이다.
동시에 당 내부에서는 국민의당 등 야당을 겨냥한 공세 수위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고, 특히 송 후보자와 조 후보자의 임명철회 여부 역시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해야 한다는 '유화적' 의견도 흘러나왔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저녁 청와대가 두 후보자에 대한 입장을 전해와 국회 협조 없이는 청와대 성공이 어려우므로 좀 더 참고 기다려주실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당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처럼 우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내각 구성에 '제동'을 걸면서까지 임명연기 카드를 꺼내 든 데에는 여소야대인 국회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야권의 의사일정 보이콧이 계속된다면 정부·여당도 상당한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임명을 연기한 덕분에 청와대가 국회를 존중하는 모양새를 취하게 됐고, 여당으로서 야당의 국회 복귀 및 추경·정부조직법 협조를 요청할 명분이 더 강해졌다는 것이 원내지도부의 생각이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이런 방침을 설명했으며, 백재현 예결위원장 등 일부 의원들 역시 "여당 혼자서는 국회를 운영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협상에 힘을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희상, 이석현, 박병석, 이종걸, 원혜영 의원 등 4선 이상 의원 10여 명도 우 원내대표와 별도로 간담회를 하고서 협상 전략을 조언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국민의당을 향해 지나친 공세를 자제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유화론'이 주로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간담회 브리핑에서 "중진들은 지금 국회에 정치적 논쟁이 너무 과하게 벌어지고 있고, 국민의당과의 충돌도 가라앉혀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또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가 같은 기조를 갖고서 얘기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한 참석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당을 강력히 비판한 추 대표가 유감 표명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고 전했다.
송 후보자와 조 후보자의 거취 문제도 더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중진 의원은 "두 후보자의 임명철회까지 언급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적절한 조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나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참석자도 "(야당에서는) 두 사람 중에 누군가를 선택해 낙마시키겠다는 주장도 내놓을 수 있다. 이런 사안들에 대해서도 무조건 선을 긋기보다는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 원내대표는 이날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등을 연달아 만났고, 여기서도 야당의 의견을 자세하게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우 원내대표가 '추 대표가 너무 세게 나가고, 얘기를 잘 듣지 않아 고민이 깊다'고 하더라"라며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어떻게든 조처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가) 야권을 달랠 수 있는 조처를 생각하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며 "후보자 두 사람 중 한 명을 낙마시키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우 원내대표 측에서는 '두 명 중 한 명 낙마' 카드를 제시한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우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우리가 카드를 낼 때가 아니다. 세 야당의 요구사항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뭔가를 카드로 낸다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만일 '둘 중 한명 낙마' 제안을 했다가 어느 당은 찬성하고 어느 당은 반대한다면 협상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야당의 정확한 요구사항이 뭔지를 정리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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