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 나흘 앞둔 수박 물에 둥둥"…기습폭우에 망연자실(종합)

입력 2017-07-11 15:18   수정 2017-07-11 15:19

"수확 나흘 앞둔 수박 물에 둥둥"…기습폭우에 망연자실(종합)

108㎜ 비에 진천 수박 비닐하우스 침수…"모두 폐기처분할 판"

차 전조등 켜고 새벽까지 건져 내 "산업단지서 빗물 유입 탓"

(진천=연합뉴스) 윤우용 기자 = "하늘도 무심하시지. 타들어가는 가뭄 겨우 이겨 내고 나흘 뒤 수확하려고 했는데…"

충북 진천군 덕산면 신척리 김모(58)씨는 11일 오전 애지중지 가꿔온 비닐하우스(11동) 안 수박 상태를 살펴보다가 장탄식을 쏟아냈다.


전날 오후부터 이 일대에 내린 장대비로 수확을 나흘 앞둔 수박이 모두 침수돼 아무 쪽에도 쓸모없게 됐기 때문이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물에 잠긴 수박은 시장에 내다 팔 수 없을 정도로 상품성이 크게 떨어질 뿐 아니라 이틀가량 그대로 두면 모두 썩어 버린다.

한 통의 수박이라도 건져보겠다는 심정으로 비닐하우스 안으로 향했던 김씨는 곧바로 밖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펄처럼 발이 푹푹 빠지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번 비로 수확을 앞둔 수박 5천여통을 고스란히 폐기 처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의 손해는 이 뿐 아니다.

"추석 무렵 출하하는 가을 수박을 재배하기 위해 250만원 어치의 모종을 들여놓기로 했는 데 비닐하우스가 온통 진흙으로 뒤덮여 후작을 할 수 없게 됐어요"




김씨 비닐하우스 바로 옆 수박 비닐하우스 등 14동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수박 비닐하우스 안 곳곳에는 흙탕물이 고여 있었고, 미처 수확하지 못한 수박이 여기저기서 나뒹굴고 있었다.

김씨 며느리(33)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어제 오후 5시께부터 물이 급격히 비닐 하우스쪽으로 역류했다"고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성한 수박을 하나라도 더 건지기 위해 가족은 물론 하우스에서 일하는 분들을 부르고, 자동차 전조등 불빛 앞에서 오늘 새벽까지 일을 했는데 워낙 물이 많이 들어차 역부족이었다"며 "시집온 지 10여년 됐는 데 이런 일은 처음 겪었다"고 말했다.

피해 현장을 둘러 본 진천군의 한 관계자는 "올들어 극심했던 가뭄도 이겨낸 수박인데 수확을 앞두고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말문을 닫았다.

한꺼번에 내린 비 탓도 있지만 김씨를 비롯한 이 일대 수박 재배농민들은 이번 침수 피해가 인재(人災)라고 주장한다.

지난 10일 오전부터 이튿날 오전 2시까지 무려 108㎜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고는 하지만, 예전에는 이런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예전에는 비가 많이 와도 비닐하우스 단지 옆 농로와 맞닿은 소하천으로 바로 배수가 돼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농민들은 이번에 피해를 본 주된 이유는 수박 비닐하우스 단지에서 20∼30m 떨어진 신척산업단지에서 쏟아진 빗물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산업단지에서 쏟아진 빗물이 한꺼번에 소하천으로 유입됐는데 소하천 폭이 좁아 비닐하우스 단지로 역류했다는 것이다.

농민들은 "소하천은 예전처럼 그대로 나두고 산단을 조성하는 바람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피해 현장을 둘러본 진천군 관계자들도 농민들의 이 같은 주장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송기섭 군수는 이날 오전 피해 현장을 찾아 농민들을 위로한 뒤 소하천 확장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농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산업단지 입주 업체가 수박을 사 직원들 후식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했다.

김씨는 "소하천 정비 등 항구적인 피해 예방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yw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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