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회동 뒤 변화신호…"푸틴은 '비판방지특권' 받은 첫 외국정상"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비판성 글들이 중국 당국의 검열로 삭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푸틴 대통령에게 중국 고위층 인사들만 누리는 검열 '특권'이 이례적으로 부여된 것은 최근 돈독해진 중국과 러시아 간의 관계를 방증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도중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웨이보에서는 푸틴 대통령과 관련한 게시물이 일제히 사라졌다.
특히 팔로워가 1천 명이 넘는 파워블로거들의 계정에 올라온 푸틴 관련 글들은 "이 게시물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글과 함께 삭제됐다.
반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른 G20 정상들에 관한 글들은 웨이보에서 자유롭게 게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북핵 문제 등 주요 이슈에서 밀착을 강화하면서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마찬가지로 푸틴 대통령도 인터넷 게시물의 주요 관리 대상이 됐다는 해석을 내놨다.
중국 칼럼니스트이자 평론가인 차이선쿤은 FT에 "푸틴 대통령은 온라인상의 비판으로부터 보호받는 특권이 부여된 첫 번째 외국 정상"이라며 "온라인에서 중국 정부에 민감한 사항을 논할 수 없는 것처럼 푸틴 대통령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다른 칼럼니스트인 차오무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것을 언급하며 "일반적으로 중국의 외교 사안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논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논의가 중국 공산당 지도부 등 국내정책과 연관돼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 문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등의 이슈에서 미국에 맞서 긴밀한 공조를 보이고 있다.
시 주석은 이달 초 모스크바에서 열린 중·러 정상회담에서 1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러 투자계획을 밝히며 "외국 지도자 가운데 푸틴과 가장 긴밀한 관계와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두 나라 관계가 유례없이 좋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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