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헌법을 쓰는 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지난 연말과 올해 초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헌법이 큰 주목을 받으며 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신간 '헌법을 쓰는 시간'(메디치 펴냄) 역시 그런 흐름을 잇는 책 중의 하나다. 1997년 사법고시 합격 후 헌법재판소에서 12년간 헌법연구관으로 일했던 김진한 전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격화되는 개헌 논의에 시민들이 참여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헌법의 원칙들을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이런 관점에서 시민들이 알아야 할 헌법의 원칙들을 제시하고 이를 하나하나 어려운 법률 용어 없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책이 제시하는 원칙은 법치주의, 민주주의, 권력분립, 자유의 원칙들, 표현의 자유, 헌법재판제도 등 여섯 가지다.
저자는 이 중 가장 잘못 이해하고 있는 원칙을 법치주의로 들며 그 개념부터 바로잡는다. 법치주의는 법에 따라 다스린다는 원칙이 아니라 국가권력이 함부로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게 제한하는 원칙이다. 법의 엄정한 집행과 그에 따른 복종이 아니라 법을 집행하는 고위공직자들이 지켜야 할 조건과 원칙이 법치주의라고 설명한다.
책의 내용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헌재와 대법원에 대한 비판이다.
저자는 헌재가 탄핵심판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지만, 헌재 또한 과거 정부의 위헌적 행위를 방치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한다. 2010년 이른바 '불온서적'의 군내 반입금지 규정이 합헌이라는 헌재 결정을 그런 혐의를 두게 되는 중요한 근거로 든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도 과연 헌법의 원칙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를 되짚는다.
현행 헌법재판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있다. 2008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기 해석을 둘러싼 논란을 '헌법재판제도 역사상 최악의 논쟁'으로 평가하며 헌재소장의 임기는 항상 일정해야 하고 확정적으로 해석해야 함을 강조한다. 과거 정부에서 헌재가 대통령의 권력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데는 헌재소장의 임기에 관한 해석 논란도 한몫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의 필요성,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이 낳는 부정적 결과 등에 대한 주장도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국민의 정정당당한 요구라는 자극이 없다면 정치세력과 전문가들이 제대로 된 헌법 개정의 궤도를 찾아가지 못한다"며 "수십 년 동안 기다려야 했던 헌법 개정의 기회를 최고의 패착으로 날려버릴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는 헌법의 원칙에 대한 공부를 통해 "헌법의 형상과 설계를 마음속에 갖고 있어야 논의를 왜곡하는 세력들에게 속거나 이용당하지 않을 수 있다"며 "헌법은 그렇게 작성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416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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